진심을 마주할 때 피어난 생의 의지(리뷰)[윤희에게①]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생의 의지는 당사자의 진심에 기인한다. 그동안 등 떠밀려 자신을 속이듯 살아온 윤희에게 드디어 생의 의지가 피어올랐다.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첫 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딸 새봄(김소혜 분)과 함께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장편 데뷔한 임대형 감독의 신작이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남편과 이혼한 윤희는 딸 새봄과 함께 산다. 헤어진 남편은 공장 내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윤희를 위해 비타민도 사오고, 여전히 마음을 쓴다. 한부모 가정을 언급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인 ‘홀로 키우다’보다 윤희와 새봄은 ‘함께 살아간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두 사람은 모녀 관계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일상을 사는 가족의 형태에 더 가까운 듯하다. 그렇게, 고요를 가장한 감내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윤희에게 새봄이 일본 여행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기억으로 스며들어간다.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처스
새하얀 눈이 뒤덮인 일본 마을에 도착한 윤희와 새봄은 몸은 함께이지만 어쩐지 마음은 따로인 여행을 이어나간다. 새봄은 엄마와 친구를 재회시켜주고 싶고, 윤희는 여전히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윤희와 새봄의 행동과 대화는 자꾸만 빙빙 돈다. 서로 각자의 진심을 터놓지 못한 탓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모녀가 너무나 닮아서이기도 하다. 빙빙 돌고 돌아 도달한 여행의 목적에는 그 시절에 머문 윤희의 진심이 놓여있고, 이내 무기력은 생의 의지로 바뀐다.

‘윤희에게’는 알려진 바와 같이 퀴어 소재의 영화다. 고요하게 내린 눈이 점점 소복소복 쌓이듯 이 영화의 감정도 점차적으로 발전하고 차분함을 유지한다. 인물은 사회적 편견 혹은 개인의 성향 때문에 억눌린 성 정체성에 대한 고통을 울부짖음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사회의 잣대에 맞서려는 투쟁도 아니다. 그저 언젠가 한 번쯤 마주해야만 했을 순간과 감정을 마주한 윤희에게 일어난 조용한 변화가 그 어떤 울부짖음보다 크게 다가와 따뜻한 모습으로 남는다. 14일 개봉.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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