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담백하게 그려낸 1979년 10월 26일 [솔직리뷰]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나영 기자

“탕” 총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그때부터 숨죽이게 만드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흔한 정치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던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22일 개봉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에는 영화 시간에 한계가 있다. 또 원작을 모두 담기에는 워낙 방대한 양이기에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까지, 40일 간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영화는 자극적이거나 흥미롭게 역사를 풀어내지 않았다. 원작을 바탕으로 최대한 담백하게 역사를 담아냈다. 어떠한 정치색을 씌우지 않았다는 점이 기존의 역사, 정치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인물의 감정,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고 되짚게 만든다. 냉철하게 차갑게 담아낸 ‘남산의 부장들’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 흡입력 강한 배우들의 명연기, 당시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 관람하는 동안 놓칠 게 하나 없는 빽빽한 영화다.

그중 이성민과 이병헌, 곽도헌, 이희준의 살벌한 연기력은 명불허전이다. 특히 영화를 위해 25kg 증량한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로 재평가 받을 정도로 눈에 띄는 스틸러로 활약한다. 여기에 히든카드 서현우까지 영화는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중장년층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스포가 될 법 하지만 전혀 영화를 관람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다보면 흘러가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젊은 층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역사가 습득되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남산의 부장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이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수사 발표와 김재규의 법정 최후진술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두 진술은 상반된다. 이 부분이 여러 가지 생각을 만들게 한다.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준 우민호 감독의 신의 한 수다.

‘남산의 부장들’은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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