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KBS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어느새 19년차 배우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지훈은 tvN 드라마 ‘악의 꽃’을 통해 제대로 변신을 꾀했다.
김지훈은 ‘악의 꽃’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백희성 역을 맡아 악의 끝을 보여줬다. ‘악의 꽃’은 14년 동안 연쇄살인마 누명을 쓰고 다른 사람인척 살아왔던 남자 도현수(이준기 분)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김지훈이 연기한 백희성은 실제 연쇄살인마로, 후반부 존재감을 드러낸 후 미친 몰입도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과한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시청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며 매회 호평을 받았다.
배우 김지훈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이하 ‘악의 꽃’ 김지훈 일문일답. Q. ‘악의 꽃’을 끝마친 소감
“먼저 드라마 ‘악의 꽃’을 많이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기한 백희성 역할도 나쁜 짓 참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랑과 관심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봄의 시작에서 여름의 끝까지, 코로나와 싸우며 함께 고생한 스태프 한 분 한 분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께도 이 자리를 빌어 고생 많으셨다고 많이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12월에 처음 백희성 역할을 하기로 결정하고 백희성은 어떤 아이일까 고민했던 시간도 길고 힘들었던 시간도 길었지만, 그럼에도 늘 촬영장 가는 일이 가장 기대되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그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스태프들과 동료연기자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촬영 작업 자체도 즐거웠지만, 시청자 여러분께 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서 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Q. 15년이라는 시간동안 혼수상태인 백희성을 연기했는데, 캐릭터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처음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게 되기까지 유튜브로 코마환자들 영상을 찾아봤는데, 깨어난 지 얼마 안돼서 두발로 걷는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갑작스런 회복력이 극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신마다 철저히 계산을 했어요. 처음엔 거의 눈동자를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혀의 움직임이 편안해지고, 조금씩 근육의 움직임이 가능해 지는 느낌을. 나중에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너무 뜬금없거나 말도 안 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마다 회복의 속도를 부여해 주었어요.”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Q. 초반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누워있어야 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혹시 불편했던 점은 없었는지.
“전체 촬영은 진작부터 두세 달 진행이 된 상태에 중간 투입돼서 안 그래도 어색한데 촬영하러 가서 누워만 있다고 집에 오고하는 일이 왠지 모르게 민망했어요. 그렇지만 다행히 코마상태에서 깨어나 대사를 시작하면서 부터 다시 편해졌어요.”
Q. 백희성은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점이 있다면.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해내는 게 두 번째 과제였는데 역대급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봤던 거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다 모여서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꽤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어떤 문학성을 지닌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이코패스의 감정상태와 심리변화를 눈에 보일 듯이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장면이 많아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엔젤전설’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전 백희성을 연기하면서 자꾸 이 만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알고 보면 속마음은 너무나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인데, 겉모습은 누가 봐도 괴물처럼 거의 악마급의 무서운 외모를 지닌 주인공이, 그의 외모만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들과 엮이게 되면서 생기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주 내용인데 희성이도 다른 건 몰라도, 엄마에게 있어서만큼은 정말 아끼고 위하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엄마조차 희성이에게 공포를 느끼고 괴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이 상황들이 안타까우면서 희성이가 불쌍하기도 해서 그 만화가 떠오를 때가 많았어요.”
“백희성 역할을 준비하면서 목소리 톤에 대한 생각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전형적인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섬세하고 유약한 듯,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는 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에요. 어리고 유약한 듯 광기어린 희성이의 모습을 조금 더 부각시켜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했는데,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Q. SNS(인스타그램)에 열심히 홍보하던데, 무서운 백희성의 사진을 올리고 ‘멜로드라마입니다’라는 코멘트를 달았더라. 정말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하는지.
“물론이죠(웃음). 16화까지 대본을 미리 알고 있는 입장에서, 과정이 어찌되었던 끝까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멜로드라마가 아니라고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잠깐 스릴러 같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 드라마는 멜로드라마라고 스포가 되지 않을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드라마를 가장 스릴러 분위기로 만든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냥 농담으로 생각하고 ‘스포당했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재미가 사람들한테 조금의 관심이라도 더 끌어서 드라마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고요.”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