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가슴 아픈 이 영화에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암튼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영화다. 1954년 이탈리아 출신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길>은 인간에 대한 탐닉을 다룬다.
천사 같지만 모자란 여자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가 있다. 짐승 같은 곡예사 잠파노(앤소니 퀸)는 젤소미나를 돈 주고 산다.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낮에는 조수로, 밤에는 성 노예로 부려 먹는다. 성당에서 물건을 훔치지 못하자 잠파노에게 얻어맞는 젤소미나. 하지만 젤소미나는 이런 잠파노를 떠나지 못한다. 젤소미나에게 잠파노는 전부다.
<길>에서 반전은 잠파노의 살인에서 비롯된다. 잠파노는 젤소미나에게 접근하는 옛 동료 일 마토(리처드 제이스하트)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결국 잠파노는 일 마토를 죽인다. 잠파노의 젤소미나에 대한 감정,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지만 ‘인간 백정’ 잠파노는 깨닫지 못한다.
<길>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가 작가주의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잠파노는 살인 현장을 본 뒤 실성한 젤소미나를 버리고 떠난다. 5년 뒤. 잠파노는 어느 마을을 지나다 귀에 익은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어떤 미친 여자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돌아다니다 죽었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때서야 잠파노는 바닷가 끝에 엎드려 짐승 같은 목소리로 통곡한다. 그 바닷가에 ‘길’은 더 이상 없었다. 한없이 불쌍한 젤소미나의 얼굴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펠리니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줄리에타 마시나의 바보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찰리 채플린이 여자로 환생한 느낌이다. 잠파노에게 “내가 죽으면 슬퍼해 주실 건가요?”라는 대사에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펠리니 감독은 사랑을 통한 구원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젤소미나의 해맑은 모습에서 구원은 환상이요, 사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