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일까, 아니면 서로를 갉아먹는 지독한 족쇄일까. 우울증 앓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방에 ‘홈캠’까지 설치해 실시간으로 생사를 확인하는 딸의 사연이 충격을 안겼다.
10일 방송된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엄마와 그를 돌보는 딸의 기형적인 ‘공동의존’ 관계가 전파를 탔다.
이날 등장한 딸의 일상은 처절했다. “엄마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딸은 독립해서도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시로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에 설치된 ‘홈캠’을 켜서 엄마가 자고 있는지, 혹시 나쁜 마음을 먹진 않았는지 확인해야만 안심이 된다는 것.
딸은 “어릴 때부터 불안이 컸다. 밥을 먹다가도 ‘엄마 죽지 마’라며 펑펑 운 적이 있다”고 고백해 듣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이는 전형적인 ‘부모화(Parentification)’현상으로, 자녀가 부모의 정서적 보호자 역할을 떠맡으며 자신의 성장을 멈춘 상태를 뜻한다.
이호선 소장은 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사 결과 딸의 불안 수치는 엄마보다 훨씬 높았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자극 추구(욕망)’ 점수가 단 ‘1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이 소장은 “이건 욕망을 억지로 내리누른 상태다. 딸의 인생은 엄마로 도배되어 있고, 정작 본인의 인생은 삭제됐다”며 “누가 더 환자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엄마가 죽기 전에 딸이 먼저 말라 죽을 것”이라고 팩트 폭격을 날렸다. 딸은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땔감으로 쓰고 있었던 셈이다.
이날 내려진 처방은 ‘강제 분리’였다. 이 소장은 엄마의 태도를 “딸에게 행하는 다른 방식의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죽겠다는 시늉도 하면 안 된다. 약을 함부로 끊는 건 딸의 인생을 날려버리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딸에게는 “무조건 집을 나가라. 엄마 걱정은 접어두고 이제부터라도 제발 ‘막 살아라’”라고 호소했다. “평생 할 효도는 이미 다 했다”는 전문가의 말은, 지독한 ‘효심의 굴레’에 갇혀 질식해가던 딸에게 건네는 유일한 산소호흡기였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