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컸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이었다. 그룹 코르티스(CORTIS)의 첫 단독 콘서트가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과 빈약한 세트리스트, 반복되는 무대 구성에 관객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공연 운영을 둘러싼 각종 잡음까지 더해지며 첫 콘서트는 축제보다 ‘유례없는 부실 공연’으로 기억될 위기에 놓였다.
코르티스(마틴, 제임스, 주훈, 성현, 건호)의 콘서트 ‘2026 CORTIS TOUR <PUT YOUR PHONE DOWN> IN INCHEON’(이하 ‘PUT YOUR PHONE DOWN’)이 지난 18~19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됐다. 이들은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와 일본 등 9개 도시에서 총 14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데뷔 1년 차가 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의 단독 공연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렸다. 정형화된 형식 대신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분출하며 ‘자체 제작’의 역량을 입증해 온 코르티스인 만큼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발표한 곡 수가 적어 단독 콘서트를 끌어가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시선도 공존했던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번 공연에서 코르티스는 ‘YOUNGCREATORCREW’(이하 ‘영크크’)를 시작으로 ‘FaSHioN’, ‘REDRED’, ‘ACAI’, ‘TNT’, ‘Mention Me’, ‘JoyRide’, ‘Lullaby’, ‘Blue Lips’, ‘Wassup’, ‘GO!’, ‘What You Want’까지 지금까지 발표한 12곡을 모두 무대에 올렸다. 문제는 12곡 외에 다른 대안을 세우지 않고, 터무니없이 부족한 공연 내용을 관객들 앞에서 드러내 보였다는 점이다.
부족한 세트리스트를 보완할 커버 무대는 물론, 공연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보여줄 VCR이나 의상 체인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VCR이 콘서트의 ‘필수’는 아니나, 이번 코르티스의 콘서트가 전체적으로 ‘부실함’을 지적받는 만큼 이는 성의의 문제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첫날 기준 앙코르로 준비한 노래 또한 ‘영크크’ 뿐이었으며, 최소한 이를 새롭게 편곡해 선보이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소속사는 20여 명의 댄서를 동원해 모시핏을 재현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그러나 공연의 기본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소속사는 20여 명의 댄서가 모시핏(mosh pit, 음악에 맞춰 몸을 부딪치며 격렬하게 춤추는 구역)을 재현해 흥을 돋웠다고 하나, 공연의 기본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연출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관객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결국 코르티스의 첫 콘서트는 2시간도 채우지 못하는 1시간 40분 만에 막을 내린 전대미문의 ‘조기 종료 콘서트’ 사태로 번지면서 관객의 불만은 최고조로 달했다
둘째 날 공연에서는 첫날 쏟아진 비판을 의식해 공연 시간을 다소 늘렸으나, ‘부족한 곡수’라는 한계는 뛰어넘지 못했다. 곡이 없다 보니 여전히 ‘영크크’ ‘REDRED’ 등의 특정 노래를 몇 번씩 반복해서 부르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현장에서는 “돈 내고 돌림노래를 들으러 왔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그룹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 치고, 지나치게 빈약한 연출과 구성은 과연 이번 공연이 제대로 된 준비 과정을 거친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코르티스와 소속사 빅히트뮤직이 망각한 지점은 공연을 찾은 관객은 코르티스를 응원하는 팬이기 전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는 점이다. 이번 코르티스의 ‘PUT YOUR PHONE DOWN’ 공연의 티켓 가격은 143,000원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티켓 값은 물론이고, 공연장이 있는 인천까지 이동한 시간과 교통비, 식비 등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이번 공연이 제공한 가치는 턱없이 부족했다.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족한 공연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돈을 받고 공연을 한다면 그에 걸맞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무대를 오르는 이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공연 외적인 운영상의 잡음도 분노를 키웠다. 코르티스의 공식 응원봉 디자인이 가수 비아이(B.I.)의 응원봉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입장 과정에서는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로 인해 정상적으로 예매한 관객들이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했다는 사례가 잇따라 제기됐다. 암표 근절을 위한 본인 확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암표 거래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서 정상적으로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만 과도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인천까지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왔음에도 입장이 거부됐다는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잇따라 공유되며 “애꿎은 소비자에게만 갑질을 한다”는 비판 속 공연 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첫날 공연을 둘러싼 거센 비판 이후 둘째 날 다급히 피드백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첫날 부실한 공연으로 피해를 입은 관객들에 대한 보상안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같은 티켓값을 내고도 공연의 내용이 달라졌다면, 첫날 관객들이 느끼는 박탈감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팬들 사이에서 이번 공연이 ‘팬심을 접게 만드는 탈덕 콘서트’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신인 가수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요구할 수는 없고는 하지만, 만약 완성도가 부족하다면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곡 수가 적고 준비가 부족했다면 충분한 레퍼토리와 공연 완성도를 갖출 때까지 기다렸어야 마땅하며, 설령 무대를 강행해야 했다면 부족함을 채우려는 최소한의 성의와 연출적 고민이라도 보여줬어야 했다. 발표된 곡이 적다면 커버곡이라도 준비했어야 하며, 이마저도 최소한 밴드 세션과 스페셜 무대, 토크 구성 등을 통해 공연의 밀도를 높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고민과 준비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많은 관객들의 공통된 평가다.
‘첫 콘서트라 미숙할 수 있다’는 핑계는 대가를 지불한 관객 앞에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관객은 시행착오를 감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존재도 아니다. 팬심은 부족한 준비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첫 공연이라는 이유로 소비자의 기대치를 낮춰서도 안 된다. 돈을 받고 무대에 서는 프로라면 관객이 지불한 비용에 걸맞은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콘서트는 돈을 내고 들어온 관객을 대상으로 치르는 ‘리허설’이 아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