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지명, 등장하는 인물 모든 것이 허구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조기 대선을 하루 앞둔 6월 2일, 올해의 문제작 ‘신명’이 ‘픽션’과 ‘논픽션’ 경계 위 놓인 선을 탈 모든 준비를 끝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영화 ‘신명’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자리에는 배우 김규리, 안내상, 주성환, 김남균 감독, 정천수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신명’은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한 여인 ‘윤지희’(김규리 분)와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정현수’(안내상 분)의 치열한 싸움 그리고 은밀한 음모, 주술과 정치의 결탁을 파헤치는 충격적인 스토리를 담아낸 영화다.
국내 최초 오컬트 정치 스릴러 장르로 불리는 ‘신명’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를 모티브로 한 영화로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화제작이다. 청와대 이전을 발표하는가 하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유독 많은 부분이 윤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신명’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인도한다.
실제 주연배우로 열연을 펼쳤던 안내상은 ‘신명’에 대해 “픽션이라고 했는데, ‘이거 진짜에요?’라고 묻는 것마다 증거를 내미셨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논픽션인지, 그런 걸 따지면서 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말하기도.
김남균 감독 또한 픽션의 ‘퍼센테이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오컬트라는 장르와 정치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현실에 기인할 수 있지만 영화적 상상력을 압축해서 씨앗을 만들었고 영화라는 흙으로 덮었다”며 “시민들의 소중한 돈으로 만든 작품이고, 이 것이 궁금하다고 흙을 파헤쳐서 씨앗을 분해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나무에 물을 주듯이 흙에 물을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면 씨앗이 잘 자라 큰 나무가 될 거 같다. 사실 퍼센테이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둘러서 말했다.
김규리는 ‘신명’에서 문제적 영부인 윤지희를 연기한다. ‘신명’의 출연 계기로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고 말한 김규리는 “시나리오 읽은 날 밤에 악몽을 꿨다. 꿈을 잘 꾸지 않는데, 그 꿨던 악몽이 묘하고 기괴해서, 그때 느꼈던 공포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공포 영화나 이야기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는 거면 관객들이 재밌어하시지 않을까 싶어 다음날 바로 전화해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정 인물을 떠올리는 역할을 한 것에 대한 부담에 대해서는 “배우는 모든 것을 상상하면서 모든 것을 열어놓는다. 영부인 역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없었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있어서 배우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마땅히 고민했다”며 “윤지희는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넘어선 지점에 있는 여자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배우는 작품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저는 윤지희라는 역할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밝혔다.
비밀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가 된 안내상이 느낀 ‘신명’에 대한 첫인상은 “황당하다”였다. 시나리가 너무 허무맹랑해서 찍을 수 있나 싶었다고 말한 안내상은 “그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뉴스도 안 보고,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었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나열돼 있기에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김규리가 윤지희가 한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왜 한다고 했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신기해 하면서 ‘사실’이냐 ‘픽션’이냐고 물어봤더니 제작사에서 사실이라고 하더라. ‘이런 내용들이 있었어?’라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많이 놀랐다. 이러면 해보고 싶은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세상에 담쌓고 있던 저에게도 계엄도 터진 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제 딸내미 아들내미 또래에 아이들이 응원봉을 드는 모습을 보았다. 저 역시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몰랐다. 이번 기회로 자그마하게 소리를 얹어보자 싶어서 ‘신명’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며 “3월 중순경에 영화를 찍었는데 6월 2일에 개봉한다고 하니 황당하다. 저에게 신명은 황당한 영화”고 고백했다.
극중 문제적 대통력이 되는 주성환은 자신도 역시 3년 전 귀촌을 하고 살았다고 밝히며 “밭을 갈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연극제에 내려고 쓰고 있던 대본과 맥이 같았다. 이런 경우도 다 있나 싶었고, 이건 천명이다 싶었다. 다만 저희 큰아들이 대본을 읽어보더니 ‘아빠 이거 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어’라고 하더라. 실제로 하는 내내 쫄깃쫄깃하기는 했다. 지금은 참여하기를 참 잘했다 싶다”고 털어놓았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하는 명계남은 “저는 누가 하자고 하면 시나리오를 안 보고 한다고 한다.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없다. 무조건 한다고 했다”고 하면서도 “문제성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사건 현상에 대해 영화보다 더 더 만화 같다고 생각했다. 제작이 된다고 해서 용기와 존경심이 들었다. 문제성이 있는 작품에 작은 역이라도 끼면 좋다 싶어서 신이 났다”고 후기를 전했다.
“의미 있는 작품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돼 신이 난다”고 말한 명계남은 “빨리 찍었어야 해서 잘했을까 싶기는 하지만, 흔쾌하고 신나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영부인 전문 배우’라고 밝힌 김규리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게 되면 마음을 비우고 다 내려놓고, ‘신명’에 있는 윤지희를 담아야겠다고. 윤지희로 연기를 했던 것에 신명이 났다”고 밝혔다.
안내상은 ‘신명’에 대해 “많이 놀랐고 ‘진짜야?’ 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관객들 또한 ‘이게 진짜야?’라는 질문을 많이 던질 것 같다”며 “왠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따져보는 과정들은 물론, 관람 후 대화거리나 이런 것들이 많이 있을 거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신명’은 오는 6월 2일 개봉된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