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실에 들어온 흥국생명 미들 블로커 이다현(24)의 왼손에는 얼음주머니가 감겨 있었다.
그는 괜찮은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아직 젊기에 이상 없다”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 7일 1라운드 IBK기업은행과 경기 이후 왼손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다현은 26일 IBK와 2라운드 경기 3세트에서 복귀전을 치른 데 이어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서브에이스와 블로킹 한 개를 포함, 8득점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 완승에 기여했다.
경기전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던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후에는 “항상 감탄하게 된다. 긍정적인 면이 있는 선수다. 항상 강하게 싸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어디가 아프더라도 기백이랄까 투혼이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약 3주간의 공백 끝에 돌아온 이다현은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일상생활이 가능하면 괜찮다. 그래서 일상생활이 가능하기에 복귀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다. “주먹을 쥐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이은 그는 “평소에 (점프를) 뜨던 그 감과 조금 달라서 (블로킹이) 잘 안 잡힌다. 이제 차근차근 빨리 끌어올리고 싶다. 그래도 무리하는 것은 아니니까 조금씩 천천히 끌어 올리려고 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부상에서 복귀하는 선수에게 무리는 금물. 이와 관련된 걱정을 했었다고 밝힌 그는 “경기 감각이나 심박수, 이런 것을 계속해서 올리기 위해 감독님이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켜주셨다. 내가 못 들어가는 훈련할 때도 바깥에서 계속 공격 스텝을 연습시키시면서 리듬을 계속 올리는 연습을 병행했다”며 경기 감각적인 면에서도 문제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선발 복귀전 상대는 친정 현대건설이었다. “상대가 현대건설이라 복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말을 이은 그는 “어제 연습하는데 (홈팀이 아닌)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데 6년간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해서 조금 이상했다”며 친정팀의 홈구장을 원정 선수로 찾은 소감도 전했다.
그러면서 “원래 현대건설에서 하던 연습 때처럼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들어갔다. 부담 갖지 말고 팀에서 연습했던 것처럼 그냥 상대방이 있다고 생각하고 하려고 했다”며 말을 이었다.
흥국생명에는 김수지와 피치, 두 명의 미들 블로커가 있다. 두 선수가 안정적으로 경기를 해주고 있기에 굳이 그가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입단 첫해에 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빨리 오려고 했다”며 팀에게 지속해서 빠른 복귀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노란색 유니폼이 아닌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시즌을 치르고 있는 그는 새 팀에 적응중이다. 현역 시절 같은 미들블로커였던 요시하라 감독의 존재는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여러 감독님과 같이 해봤지만, 일본 스타일은 처음 접해본다”고 밝힌 그는 “그런 부분에 있어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는 거 같다. 세밀한 것을 토대로 전력을 구성하는 거 같다. 매 경기 준비할 때마다 상대 팀에 맞춰 연습이 달라진다”며 꼼꼼함을 요시하라 감독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어 “지금 피치나 (김)수지언니, 그리고 나 같은 경우 아무래도 (서)채현이가 경험이 많이 없는 세터다 보니 최대한 채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많이 강조하신다. 공격에서 체현이가 자신있는 플레이를 가져가려고 한다. 블로킹할 때는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상대 전위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우선순위를 바꾸는데 그런 디테일을 많이 강조하신다”며 설명을 더 했다.
2021-22시즌 상대 선수로 만났던 레베카와는 이제 팀 동료가 됐다. 그는 “그때 나는 주전과 비주전을 오가던 때였고 레베카도 아직 어렸었다. 나도 어렸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여러 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했다. 얘기를 해보니 산전수전 다 겪었더라(웃음). 그리스, 푸에르토리코를 거치면서 더 단단해진 거 같다. 본인의 역할을 알고 팀에 녹아드는 거 같다”며 다시 만난 레베카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새로운 팀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책임감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며 새로운 팀에서 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전했다. “팀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득점에서도 그렇고, 배구에 쏟아붓는 노력도 다른 선수들보다 배로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 매 연습 책임감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마음만 그렇게 먹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도 나타나야 한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결과까지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건설 시절 양효진 등 베테랑들 밑에서 성장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위치가 됐다.
그는 “여기서도 언니들이 끌어주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윤주도 있고 채현이도 있고 경력으로 따졌을 때 내가 중간에서 (어린 선수들을)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역할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수원=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