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오늘 경기가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위기에는 늘 영웅이 등장한다 했던가. 올해 가을 삼성 라이온즈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공교롭게 이름도 ‘영웅’이다. 김영웅의 이야기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에 7-4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4위(74승 2무 68패)를 마크한 이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위 NC 다이노스(71승 6무 67패), 3위 SSG랜더스(75승 4무 65패)를 제압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위 한화(83승 4무 57패)에 8-9로 무릎을 꿇은 뒤 2차전을 7-3 승리로 가져왔지만, 3차전에서 4-5로 분패했다. 이날도 패했을 경우 시즌을 마칠 위기였으나, 기사회생했다. 5차전은 24일 한화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펼쳐진다.
5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영웅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호쾌한 장타력을 폭발시키며 삼성 승리에 앞장섰다.
2회말 우전 2루타, 4회말 삼진을 기록한 김영웅은 삼성이 1-4로 뒤지던 6회말 큰 존재감을 뽐냈다. 1사 1, 3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투수 김서현의 3구 153km 패스트볼을 통타해 비거리 130m의 우월 동점 3점 아치를 그렸다.
기세가 오른 김영웅은 4-4의 스코어가 이어지던 7회말에도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1사 1, 2루에서 한화 우완 불펜 자원 한승혁의 초구 145km 패스트볼을 공략해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비거리 105m의 3점포를 쏘아올렸다. 6회말 대포에 이은 연타석 3점 홈런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포가 나온 순간이었다.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 2홈런 6타점. 당연히 데일리 MVP의 영예가 따라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리즈 도합 12타점을 올리며 단일 시즌 PO 최다 타점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17년 오재일(당시 두산 베어스·은퇴)이 가지고 있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이 쓰러지는 우리 팀을 일으켜 세웠다. 선수도 해봤고, 스태프도 해봤지만, 오늘 같은 짜릿함을 처음 느꼈다. 그만큼 김영웅이 저를 짜릿하게 만들어주는 플레이를 했다”며 “나이도 젊은 데 그런 활약을 포스트시즌에서 해줬다. 기술적, 멘탈적으로 최고의 선수인 것 같다. 저는 포스트시즌에서 극적으로 홈런 쳐 본 기억이 없다(웃음). 그래서 김영웅 홈런 두 방이 더 짜릿했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중요한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영웅은 “4차전에서 안 끝나고 5차전까지 가게됐다. 이겨서 너무 좋다”며 “나에게도 당연히 오늘 경기가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첫 번째 홈런은 김서현이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 몰랐다. 초구 헛스윙했는데 늦었다. 타이밍을 앞에 두려 했는데 2구에도 헛스윙했다. 높은 공은 못 치겠다 싶었다. 낮은 공 노려 쳤는데 운 좋게 맞아 떨어졌다”며 “(김서현이 3구로 패스트볼을 던질 것을) 솔직히 예상했다. 워낙 공이 좋아 변화구 던질 것 같지 않았다. 패스트볼 던질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회말 결승 3점포에 대해서는 “앞에서 타자들이 출루를 해줬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딱딱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활약의 배경에는 박진만 감독의 미팅이 있었다. 김영웅은 “(초반 4실점 했을 때) 솔직히 벤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6회말 공격을 앞두고 선수단을 모으셨다. ‘긴장하지 말라’ 하시더라. ‘여기까지만 해도 너무 잘했다’ 하셨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타석에 임하라’ 하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감독님은 팀에서 제일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더 편하게 임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끝으로 그는 “감독님 원래 말수가 적으신 분인데, 오늘 저에게 함박 웃음을 지어주셨다. 기분이 좋았다”며 “시즌 때도 이런 적이 몇번 있긴 했는데, 오늘이 제일 흐뭇하게 웃으신 것 같다”고 본인 역시 밝은 미소를 지었다.
[대구=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