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기대 이상이다. 일본 가서도 던지고 싶다.”
류지현호 선발투수 자격을 입증한 곽빈(두산 베어스)이 한·일전 등판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8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1차전에서 파벨 하딤 감독의 체코를 3-0으로 격파했다.
첫 공식전에서 승전보를 써낸 류지현호는 이로써 기분좋게 K-베이스볼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시리즈는 내년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날 체코를 누른 대표팀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체코와 한 번 더 격돌한다. 이후 15~16일에는 도쿄돔에서 일본과 만난다.
투수진의 호투가 눈부신 경기였다. 그 중에서도 선발투수 곽빈은 체코 타선을 압도하며 한국이 초반 주도권을 거머쥐는데 일조했다.
최종 성적은 2이닝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30구였으며, 패스트볼(18구)과 더불어 커브(11구), 슬라이더(1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6km, 평균 구속은 153km로 측정됐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은 “(선발투수 곽빈이) 첫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는 등) 긴장하더라. 긴장하는 모습이 있었고, 투구 수가 20개 넘어가면 1회에 바꿔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는데, 2이닝을 버텼다. (김)건우(SSG랜더스) 부담을 덜어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곽빈은 “(시즌 끝나고) 한 달 넘게 쉬었는데, (포수) (최)재훈(한화 이글스)이 형이 리드를 잘해줘 편하게 제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의 부름을 받은 곽빈은 통산 152경기(681.2이닝)에서 47승 40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적어낸 우완투수다. 특히 2024시즌 활약이 좋았다. 30경기(167.2이닝)에 나서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마크,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단 올해에는 다소 아쉬웠다.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시즌 출발이 늦었다. 이후 19경기(109.1이닝)에 출전했으나 5승 7패 평균자책점 4.20이라는 만족 못할 성적표와 마주했다. 다행히 시즌 마지막 두 경기였던 9월 22일 인천 SSG랜더스전(5이닝 4피안타 2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과 9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7이닝 2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8탈삼진 2실점)에서는 호투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날 역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곽빈은 “시즌 때와 몸 상태는 비슷했다. 던지는 체력이 시즌 때처럼 좋지는 않지만, 감각은 괜찮았다”며 최고 구속 156km가 찍혔다는 취재진의 발언에는 “만족한다. 기대 이상”이라고 배시시 웃었다.
1회초 선두타자 보이텍 멘식에게는 사구를 범한 뒤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는 ‘한국식 인사’를 선보였다.
그는 “KBO 공인구보다 살짝 미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빠질 것 같았는데, 투 스트라이크라 힘으로 승부하려 했다. 이게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KBO리그보다 훨씬 빨라진 피치클락 적응도 잘 됐다고. 곽빈은 “원래 경기 템포가 빨라 걱정을 안 했다. 그래도 시간이 줄었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가져갔는데, 조금 힘들긴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023 WBC 체코전에서는 1.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다소 고전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 호투로 그 아쉬움을 털어낸 그는 “당시엔 지금보다 내 실력이 떨어졌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기술적으로 성장했다. 공의 스피드 등 내 공에 확신이 생겼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태극마크 경험도 풍부한 곽빈이다. 2023 WBC,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등에서 모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 2026 WBC에서도 원태인, 문동주(한화) 등과 함께 대표팀 선발진을 지켜줘야 한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 반등을 노리는 한국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곽빈은 “(문)동주, (원)태인이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선발진이) 크게 밀린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동주와 태인이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우리나라가 절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뒤 도쿄돔에서 펼쳐지는 한·일전 등판 의욕도 내비쳤다. 그는 “일본가서도 던지고 싶다. 시즌 끝나고 부터 좋아 그 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주장인 (박)해민(LG 트윈스)이 형이 (평가전) 목표가 4승이라고 했다. 일본 전력이 좋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우리의 실력을 믿고 지든, 이기든 최선을 다해 싸우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