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응원가를 들어) 설렜다. (나에 대한) 확신이 많이 생겼다.”
천금 쐐기타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려준 이재원(상무)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8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1차전에서 파벨 하딤 감독의 체코를 3-0으로 격파했다.
첫 공식전에서 승전보를 써낸 류지현호는 이로써 기분좋게 K-베이스볼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시리즈는 내년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날 체코를 누른 대표팀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체코와 한 번 더 격돌한다. 이후 15~16일에는 도쿄돔에서 일본과 만난다.
이재원의 존재감이 큰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뒤 6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이재원은 6회말 1사 1, 2루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다행히 8회말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2사 1, 2루에서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직후 3루를 노리다 아웃되긴 했지만, 천금같은 쐐기타였다.
경기 후 이재원은 “(첫 번째 타석에서) 생각보다 타이밍이 너무 앞에 걸렸다. 좀 아쉬웠다”며 “저에게 기회가 올 거라 계속 생각했다. 이번 타석에서 안 오면 기회가 없겠다 싶었다. 첫 타석에서 해결 못 했으니, 두 번째 타석에서 최선을 다하자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타격)감은 계속 좋았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주루사에 대해서는 “(선행주자) (한)동희를 생각 못했다. 그게 미스였다. (3루 수비가 없었던 것을) 못 봤다. 한 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홈으로 (선행 주자가) 갈 줄 알았는데, 제가 판단을 잘못했다. 혼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배시시 웃었다.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이재원은 우투우타 거포 외야 자원이다. 통산 220경기에서 타율 0.222 22홈런 7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1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활약이 좋았다. 상무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2군)리그 78경기에 출격, 타율 0.329(277타수 91안타) 26홈런 9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날에는 대표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단 일정상 아쉽게 15~16일 도쿄돔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에는 출격하지 못한다.
이재원은 “(대표팀 경기가)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됐다. 저에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자 기회다. 절실한 마음, 확신을 가지고 했다”며 “저도 도쿄 가고 싶었는데, 오기 전 (못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이재원을 본 LG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그는 “(LG 응원가를 들어) 좀 설렜다.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실력을 먼저 보여드리고 응원을 감사히 받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1990, 1994, 2023, 2025) LG의 통합우승을 이끈 염경엽 감독은 올해 말 전역하는 이재원에게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재원은 “(염경엽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후회 없게 제가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상무 입대 전과는)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멘탈적으로 제가 많이 흔들렸었다. 마인드 세팅을 바꿨다. ‘못 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확신이 많이 생겼다. 저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