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24·산프레체 히로시마)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FC 서울을 떠나 일본 J1리그(1부) 히로시마로 향했다.
김주성은 히로시마 데뷔전에서 자책골을 넣었다. 그다음 경기에선 페널티킥을 내줬다. 멘털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주성은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 실수는 잊고, 자기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했다. 김주성은 서울에서 그랬듯이 무결점 수비력에 빌드업 능력을 뽐냈다. 김주성은 현재 히로시마 스리백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김주성은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홍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스리백을 실험하기 시작하면서, 김주성의 활용도 및 가치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MK스포츠’가 10월 21일 울산 HD와의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을 마친 김주성과 나눴던 얘기다.
Q.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어려운 경기였다. 이른 시간 실점을 내주면서 따라가는 흐름이 됐다.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우리가 우리 축구를 하면서 최대한 따라가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질 않았다. 울산 선수들이 잘했던 것 같다. 울산 원정에서 꼭 결과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Q.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고 있다.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뒤에도 계속 뛰는 것 아닌가. 힘들진 않나.
선수는 뛰어야 한다. 계속 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내겐 모든 경기가 소중한 기회다.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만 국가대표팀으로 향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선 매 순간 대표 자격이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힘들어도 티를 낼 수 없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Q.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고 처음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낯설지 않다(웃음). 히로시마에 합류한 지도 오래된 건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울산 원정은 아주 힘들었다. 결과를 가져오는 게 쉽지 않았다. 오늘도 상대가 정말 잘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전반 20~30분 동안 울산 선수들이 보인 퍼포먼스는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우리가 밀리던 시간대였다. 방어하는 데 애를 먹었다.
Q. 히로시마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 미하엘 스키베 감독의 이력이 대단히 화려하다. 스키베 감독은 바이어 04 레버쿠젠(독일), 갈라타사라이 SK(튀르키예),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헤르타 BSC(이상 독일), 그리스 국가대표팀 등을 이끌었다. 2022년부턴 히로시마를 맡아서 J1리그 감독상을 두 번(2022, 2024)이나 받았다. 무엇이 다른가.
전방 압박이 확실히 많다. 감독님은 선수에게 원하는 플레이도 확고하다. 때론 강하게 의사 전달을 하신다. 감독님은 선수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보여줘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선수들은 감독님의 이야기에 큰 자극을 받는다. 그런 게 올 시즌 결과로 나타나지 않나 싶다. 정말 좋은 감독님이다. 배우고 느끼는 게 아주 많다. 스키베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Q. 올여름 히로시마로 향했다.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데뷔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초반 흐름이 순탄하지 않았다. 멘털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걸 빠르게 이겨내고 히로시마 핵심 중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힘들었다(웃음). 처음 왔을 때 자책골을 넣었다. 그다음 경기에선 페널티킥을 내줬다. 수비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걸 연속으로 한 거다. 그것도 새로운 팀에서. 그런데 좌절하진 않았다. 방법이 하나밖에 없지 않나. 내가 이겨내야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실수를 안 하려고 했다. 지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다. 또 우리 감독님 스타일이 자기 선수가 실수했을 때 기회를 더 주려고 하신다. 나는 계속해서 스키베 감독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Q. 프로 데뷔 후 처음 국외 생활을 하고 있다. 같은 팀에 한국인 선수(정민기)가 있지 않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한데.
(정)민기 형이 같은 팀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큰 힘이 된다. 민기 형은 내가 이 팀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아주 잘해준다. 지금도 항상 붙어 다닌다(웃음). 팀에 한국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클 것 같다. 민기 형과는 앞으로도 잘 지낼 거다.
Q. 축구 외적인 히로시마 생활은 어떤가.
정말 좋은 도시다. 특히나 축구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생활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나 불만은 전혀 없다. 원래 지내던 곳처럼 아주 편하다.
Q.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첫 월드컵 도전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듯한데.
월드컵은 평생의 꿈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내가 원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속팀에서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대표팀에선 몇 분을 뛰든 내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야 한다. 방법은 하나다.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Q.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 맞붙었던 저메인 료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저메인은 이 대회 득점왕과 MVP(최우수선수상)를 받았었다. 특히나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일본의 승리를 이끌었던 공격수 아닌가. 저메인과 따로 나눈 이야기가 있을까.
저메인은 내가 이 팀에 처음 왔을 때 말을 많이 걸어준 선수 중 한 명이다. 저메인은 내가 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다. 낯선 환경에서 누군가 먼저 다가와 준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저메인 덕분에 팀 적응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저메인이 일본 국가대표로 뛸 때도 느꼈지만, 기량이 아주 좋은 선수다. 훈련할 땐 저메인과 일대일로 부딪히곤 한다. 저메인에게 많은 걸 배운다.
Q. 김주성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
히로시마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 J1리그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주변 환경, 인프라 등 모든 게 훌륭하다. 축구에만 집중하면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내게 팀 성적보다 중요한 건 없다. 히로시마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그러면서 J1리그 베스트 11에도 들고 싶다. 언젠가 세계 최고 선수가 즐비한 유럽에도 도전하고 싶다. 나는 꿈이 많은 선수다(웃음).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