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5일만에 실전에 등판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야구 인생은 일단 단절이 된 듯 보였다.
하지만 함덕주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불과 며칠 사이에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느새 LG의 우승 퍼즐로 대우 받고 있다. 정말 인생사 새옹지마다.
LG 함덕주가 수술을 피하고 재활에 매달린 덕에 LG는 꼭 필요한 순간에 함덕주를 쓸 수 있게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류지현 LG 감독은 최근 함덕주를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고 함덕주의 투구가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에이스 수아레즈의 공백이다. 수아레즈가 등 근육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졌고 김윤식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이 됐다.
김윤식은 부상으로 빠진 송은범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이제 그 몫을 해낼 선수가 필요해졌다. 류지현 감독은 그 후보로 함덕주를 점찍었다.
류 감독은 "누군가 송은범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현재로선 함덕주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현재 몸 상태는 아주 좋지도 않고 아주 나쁘지도 않다. 7일 마지막 테스트까지 끝나게 되면 1군에 불러 올려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때 함덕주는 1군 엔트리서 자리가 없는 듯 보였다. 좌투수가 꽉 찼기 때문이었다. 김윤식이 롱맨 몫을 해내고 있었고 진해수도 건재했다. 김대유는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었다.
구단이 함덕주가 수술을 택하기를 원했던 이유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은 재활에 4개월 여가 걸린다 지금 빨리 수술해서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구단은 하고 있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유튜브 인터뷰서 "수술 가능성은 50 대 50이다. 함덕주가 빨리 수술을 결심해 줬으면 좋겠다. 구단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까지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함덕주는 어떻게든 칼을 대지 않고 버티는 길을 택했다. "(수술을 거부하는)내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일단 재활로 해볼 수 있는 데 까지 해보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됐다. 두 차례 실전 등판에서 각각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과 1이닝 1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9km에 머물렀지만 공을 던질 줄 아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LG가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줬다.
만약 함덕주가 빠른 수술을 택했다면 LG는 마운드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뻔 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보다 긴 이닝을 책임져 줄 투수가 필요할 때 꺼내 들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함덕주가 끝까지 재활에 매달리며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끌어 올렸기에 큰 무리 없이 마운드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외롭고 고단한 싸움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 재활이었다. 하지만 함덕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 해 할 수 있는데까지 부딪히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함덕주는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공을 던지고 아프지 않은 것이 감사할 뿐이다. 팀이 필요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지금은 공을 던진 후 통증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프지 않다는 것 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