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척에서 많은 걸 느끼고 돌아왔다. 한국시리즈에 가서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는 게 목표다.”
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 구자욱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이 넘쳤다. 전날 1차전에서 4-6으로 아쉽게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2차전에서 질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었다.
구자욱은 외려 1군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이후 6년 만에 밟게 된 가을야구 무대에 대한 설렘을 더 크게 느꼈다. “부담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즐겁게 후회 없이 하자는 마음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회초 팀이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구자욱은 실제 지난 9일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1회말 선제 1타점 2루타,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홈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구자욱은 특히 결정적인 안타나 홈런을 기록한 뒤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로 더그아웃과 관중석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구자욱 스스로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큰 경기에 대한 갈증이 컸다.
구자욱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을만 되면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만 했다. 소속팀 삼성은 2010년대 초반 찬란했던 왕조의 역사를 뒤로하고 최근 5년간 9-9-6-8-8의 비밀번호를 찍는 수모를 겪었다. 구자욱은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해냈지만 팀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구자욱은 팀의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되면 휴식 대신 포스트시즌 ‘직관’을 택했다. 지난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kt 위즈의 플레이오프, 두산과 NC 한국시리즈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웠다.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에 ‘관전자’가 아닌 ‘플레이어’로 다시 서는 순간을 상상했다.
구자욱은 “시즌이 끝나면 사실 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야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현장에서 큰 경기를 보면 내가 느끼는 점이 생길 것 같아 고척을 찾았는데 실제로 많은 부분을 느끼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이 3-11로 패한 뒤 두산 선수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또 “지난해에는 최주환 선배가 플레이오프에서 kt 소형준에게 결승 홈런을 친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며 “현장에서 최주환 선배 스윙 궤도에 소형준의 공이 걸릴 것 같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하지만 구자욱이 가장 원했던 한국시리즈행 티켓은 끝내 얻지 못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3-11로 완패하면서 아쉽게 2021년을 마감했다. 구자욱은 2차전에서도 3타수 1안타 1득점 볼넷으로 3차례나 출루했지만 주축 타자들의 부진 속에 고개를 숙였다.
구자욱은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 아닌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반지를 향한 꿈을 다음으로 미룬 채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