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맑음·남자 흐림…한국마라톤 기록경신 예보 [이종세 칼럼]

17일 개최 서울국제대회에서 여자 최고 기록 나오나
여자부 김도연 최경선 쌍두마차가 선봉에서 경쟁
남자부 귀화선수 오주한, 퇴출 위기로 기대 어려워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전 겸해
여자부는 맑음, 남자부는 흐림. 오는 17일 열릴 2022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광화문→잠실운동장)에서 한국 남녀 최고 기록경신 가능성을 점치는 기상 예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만에 국제 규모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김도연(29·삼성전자)과 최경선(30·충북 제천시청)이 여자마라톤 한국기록 경신을 놓고 경쟁을 벌여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남자부는 케냐에서 훈련중인 귀화선수 오주한(34·청양군청·최고기록 2시간05분13초·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이 13일 입국 예정이나 그의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이봉주 2000년 도쿄마라톤) 경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여자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국제초청 선수 28명(남자19·여자9) 국내 선수 99명(남자75·여자24)등 전문선수만 참가하는데 국내부는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대표 선수 선발전도 겸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기록을 경신하면 주최사인 동아일보가 남자는 1억 원, 여자는 5천만 원의 타임 보너스를 지급하며 대한육상연맹도 2천만 원을 포상할 예정이다.

김도연 “내가 세운 한국기록 내가 깨겠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1년 만에 한국 여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김도연. 2018년 당시에는 K-water 소속이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1년 만에 한국 여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김도연. 2018년 당시에는 K-water 소속이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여자부=201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를 기록, 21년 만에 권은주의 한국기록(2시간 26분 12초·1997년 춘천마라톤)을 31초 앞당겼던 김도연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위에 오르는 등 꾸준히 국내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최경선의 대결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김도연은 지난해 4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파견선발전에서 2시간 31분 32초로 1위를 차지했으나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2시간29분30초)에 미달,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2018년 말 소속팀을 K-water에서 SH공사로 옮긴 뒤 2020년 말 다시 삼성전자로 이적하면서 훈련 공백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난겨울 제주도 등지에서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이겨낸 김도연은 지난 3월 30일 여수에서 열린 실업단 대항 육상대회 여자부 1만m 트랙에서 33분 24초의 대회 기록을 수립했고 앞서 제주도 한림에서 열린 실업단 대항 10km 도로경기에서도 33분 41초의 호기록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여자 선수가 1만m 트랙이나 10km 도로를 33분대에 주파하면 마라톤 풀코스(42.195km)의 2시간 25분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연이 4년 전 자신이 세웠던 2시간 25분 41초의 한국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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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육상단에서 남자 5명 여자 3명 등 8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용복(50) 감독은 “도연이는 그동안 소속팀 남자 선수와 함께 20km, 30km 거리주를 꾸준히 연마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대회 당일 날씨가 덥지만 않으면 자신의 한국기록을 4년 만에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안게임 3위 최경선 “한국기록 내가 세운다”
여자마라톤 최경선. 사진=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프로필
여자마라톤 최경선. 사진=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프로필
김도연과 맞설 최경선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우리나라 여자마라톤의 ‘얼굴’이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김도연과 함께 나가 2시간 37분 49초로 4위를 했으나 1년 3개월 뒤 3위로 골인한 북한의 김혜성이 약물복용으로 실격되는 바람에 3위로 격상했다. 당시 김도연은 2시간 39분 28초로 6위를 마크했었다. 최경선은 2019년 4월 대구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29분 06초로 국내부 1위(국제부 3위)를 차지, 2020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 지난해 8월 안슬기(30·당시 SH공사·2시간 27분 28초)와 함께 도쿄올림픽에 참가했었다. 하지만 섭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34위(2시간 35분 33초)에 그쳤다. 개인 최고 기록은 김도연, 안슬기에게 뒤지지만 큰 경기에 강해 국가대표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도 유력하다. 제천시청 이태우(40) 감독은 “최경선 선수는 30km를 1시간 46분에 주파하는 좋은 컨디션을 보인다”며 “이번 대회에 대비한 훈련은 마무리했고 11일부터 3일간 육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14일부터는 쌀밥과 국수 등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하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귀화선수 오주한, 스승 사망 뒤 훈련 공백 커 ▲남자부=오주한이 2016년 케냐 국적 시절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5분13초 대회 기록을 세웠으나 2018년 한국에 귀화, 이번 대회에서 이봉주가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 07분 20초의 한국기록을 넘어서면 새로운 한국기록 수립자로 인정돼 1억 원이 넘는 신기록 포상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오주한은 지난해 5월 아버지처럼 따랐던 오창석감독(백석대 교수)이 갑작스레 별세한 이후 슬럼프에 빠져있어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주한은 작년 8월 8일 도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갔으나 13.6km 지점에서 다리부상으로 기권했으며 11월28일 프랑스 라로셀 마라톤에도 참가 신청만 해놓고 뚜렷한 이유 없이 불참했다. 따라서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발바탁 부상으로 도중하차한 오주한은 지난 3년간 마라톤 풀코스를 한번도 뛰지 못해 이번대회에서도 중도 기권하거나 완주하더라도 좋은 기록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주한의 소속팀인 청양군청의 관계자들은 “오주한이 이번 대회에서도 부진할 경우 연말에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하고 있다. 청양군은 오주한에게 그동안 연봉 8천만 원과 훈련비등 연간 1억 원 상당의 재정지원을 해왔으나 올들어 급여는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훈련비만 지원하고 있다.

‘토종’ 심종섭, 2시간 9분대 진입 노린다 ‘토종’ 한국 남자 선수들은 한국전력, 삼성전자, 코오롱 등 실업팀에 한국체대, 건국대 등 전통의 대학팀에서 75명의 건각이 참가하나 모두 이봉주의 한국기록 2시간07분20초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전력 정진혁(32)이 2시간09분28초(2011년 서울국제마라톤)로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앞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하향세여서 기대난이다. 그래도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였던 심종섭(31·한국전력)에게 2시간 9분대 진입의 희망을 걸고 있다. 심종섭은 작년 4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2시간11분24초로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가까스로 통과, 8월 도쿄올림픽에 참가했었다. 심종섭의 개인기록은 도쿄올림픽 남자부 참가자 106명 가운데 105위였으나 결승선은 54위로 통과했다. 오주한처럼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신예로는 김세종(21·삼성전자 2시간14분47초)과 지난해 제91회 동아마라톤 남자부 우승의 박민호(23·코오롱 2시간14분35초) 등이 있다.

한국전력 김재룡(56) 감독은 “심종섭이 정진혁에 이어 11년 만에 2시간 9분대에 진입하기 위해 훈련을 충실히했다”며 “대회 당일 비가 오거나 기온이 올라갈 경우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날씨를 걱정했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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