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타석 만에 안타…그 안에는 끝없는 고통이 따랐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겪는 일이니까 많이 힘드네요. 타석에 서는 게 참 고통스럽기도 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34)은 25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안타를 쳤다. 44타석 만에 본 손맛이다. 5-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김헌곤은 고개를 저었다.

김헌곤은 이날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긴 침묵을 깨는 안타를 신고했고 이후 앨버트 수아레즈를 구원하는 멋진 수비를 보이기도 했다. 비록 안타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강한 타구를 보내 타점을 올렸다. 그런데도 그는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34)이 44타석 만에 안타를 기록했다. 후련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그는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삼성 외야수 김헌곤(34)이 44타석 만에 안타를 기록했다. 후련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그는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경기 후 만난 김헌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타격이 안 되면 수비만으로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 쪽으로 오는 타구는 어떻게든 잡아내려고 했다”며 “이제야 큰 위기를 넘어선 것 같다. 코치님들 포함 여러 동료가 항상 위로해준 것이 힘이 됐다. 덕분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김헌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부진이란 터널에서 빠져나왔음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43타석 무안타를 기록하는 동안 삼진이 적고 인플레이 타구가 많다고 하지만 의미 없다. 수비가 없는 곳에 때렸어야 하는데 타구의 질이 좋지 못했다. 차라리 삼진을 당했어야 할 상황도 많았다”고 자책했다.

이어 “부진 탈출, 그리고 반전? 이런 표현은 지금의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이다. 조심스럽고 또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부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멘탈 관리다.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것이 야구이기도 하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매일 경기가 열리는 만큼 좋지 않은 흐름이 쉼 없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곤 역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뻔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컸다.

김헌곤은 “타격코치님들은 물론 다른 파트 코치님들 모두 많이 조언해줬다. 멘탈적으로 버틸 수 있었고 또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처럼 오랜 시간 안타를 때리지 못한 선수가 아니었기에 김헌곤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경기에 나가는 게 고통스럽더라. 누가 나와도 나보다 더 잘할 텐데 미안하기도 했다”며 “야구뿐 아니라 인생 역시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 다사다난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전=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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