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 대표에게 있어 데이원 스포츠는 인생 최악의 실책이다.
한국농구 역사에서 허재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있을까. 현역 시절 역대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고 감독으로서도 전주 KCC와 함께 2번의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데이원과 함께한 1년은 그의 농구인생에 있어 최악의 실책이 될 듯하다.
데이원은 지난 15일까지 임금체불 및 부산 연고 이전, 그리고 네이밍 스폰서 기업 찾기 등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 중 단 한 개도 풀지 못했다. 심지어 박노하 대표를 비롯해 프런트 역시 연락 두절 상태로 어떤 의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데이원의 지난 행보는 한국농구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16일 KBL 이사회를 통해 데이원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선수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현재로선 부정적인 시선이 짙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개가 아니다. 선수단 임금체불 문제는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일 뿐이다. 협력업체, 그리고 오리온에 내야 할 인수대금 등 어떤 재정적인 해결조차 해내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로 인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디테일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데이원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농구계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허 대표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그는 박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로서 데이원의 핵심 책임자다. 그러나 선수들이 굶고 협력업체가 허덕이고 있을 때 허 대표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 대표는 지난 8월 창단식에서 “구단이 장기적으로 가지 못할 거라는 우려와 걱정의 부분도 있겠지만 지켜봐 달라. 좋은 구단, 튼튼한 구단인 걸 아실 수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호언장담은 결국 허세였음이 밝혀졌다.
흔히 농구계에선 허 대표는 그저 데이원의 얼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그렇다. 이로 인해 그보다는 데이원의 진짜 문제를 파악하려면 박 대표를 찾아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다만 허 대표도 결국 핵심 책임자인 만큼 자신의 후배이자 식구인 선수들을 보살피고 감싸 안아야 했다. 실제로 데이원 선수들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 임금 체불로 고통받고 있을 때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듣지도, 위로를 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도’라는 말에는 허 대표도 포함된다.
그런 허 대표가 최근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그리고 구단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그리 반갑지 못한 이야기였다. 책임감 있는 남자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한국농구의 자랑이었던 남자가 이제는 역적이 됐다. 26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0개 구단을 유지해왔던 KBL 역사에 9개 구단으로 줄어든 채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최악의 실책을 했다. 여러모로 안타까우면서도 한숨만 나오는 일이다.
허 대표는 과연 16일 KBL에 모습을 드러낼까.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허 대표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