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선수였던 내게 농구의 눈을 뜨게 해준 (주희정)감독님께 감사합니다.”
고려대는 지난 14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연세대와의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 결승전에서 대접전 끝에 60-57 승리,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 MVP는 박무빈이었다. 그는 17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고려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투표에 나선 취재진 역시 만장일치로 선택한 MVP였다.
박무빈은 우승 후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열심히 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이런 경기를 통해 내년에 더 잘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또 깨달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 번은 했어야 하는 경기였다”고 이야기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차출된 문정현의 빈자리. 박무빈에게 있어 하나 남은 20학번 동기의 공백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후반기 내내 부족함 없이 고려대를 이끌었다. 정기전, 그리고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대활약했다. 주희정 감독 역시 박무빈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단 한 번도 걱정한 적이 없는 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박무빈은 “(문)정현이는 하나 남은 동기이며 의지가 되고 또 부주장 역할을 잘해줬기에 함께하기 편한 친구였다. 사실 정현이가 없어서 힘든 것도 맞지만 본인이 더 미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또 가장 아쉬운 사람도 정현이가 아닐까 싶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현이의 공백이 없는 듯 뛰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정현이도 국가대표팀에서 편히 우리의 게임을 지켜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후배들도 그만큼 더 노력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무빈의 가치는 위기에 더욱 빛났다. 3쿼터 한때 38-50, 12점차로 밀린 고려대. 그러나 박무빈은 추격전을 이끌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돌파면 돌파, 점퍼면 점퍼, 그리고 3점슛까지 부족한 점이 없었다.
박무빈은 “우리에게 가장 큰 고비가 있었다면 바로 3쿼터였을 것이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고 리바운드를 내주면서 3점슛까지 얻어맞는 등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후배들에게 수비, 그리고 속공으로 잘 이겨내자고 했고 잘 따라줬다. 덕분에 4쿼터부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연세대를 무너뜨린 경기 종료 직전 문유현의 빅샷도 박무빈의 손에서 시작됐다. 박무빈은 유기상을 제치고 난 후 연세대 수비진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리고 완벽한 슈팅 기회를 잡은 문유현에게 패스, 3점슛으로 연결되면서 극적인 승리를 해낼 수 있었다. 팀의 리더이자 포인트가드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 수행한 순간이었다.
박무빈은 “서로 힘든 상황이었다. 나를 막고 있는 (유)기상이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더라. 슈팅보다는 돌파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문)유현이를 막고 있었던 선수가 깊게 수비하기에 패스했다(웃음). 유현이가 던진 순간 들어갈 것 같았다”고 밝혔다.
고려대에서 4년, 저학년 시절에는 연세대에 밀렸던 박무빈이지만 고학년이 된 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 승리의 상징이 됐다. 프로 관계자들의 깊은 관심에도 얼리 엔트리보다는 졸업을 선택하기도 했다. 고려대, 그리고 주 감독 입장에선 박무빈만큼 예쁜 선수는 없을 듯하다.
박무빈은 역시 주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며칠 전에 감독님에게 찾아가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웃음)”면서 “고교 시절에는 공격밖에 몰랐다. 농구는커녕 반쪽짜리 선수였다. 1, 2학년 때 많이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10가지 중 1가지라도 새겨듣기 위해 노력했고 하나씩 채우다 보니 농구에 눈을 떴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프로에 가서 감독님의 제자라는 타이틀, 명성에 금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끝까지 살아남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안암(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