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회장이 공석인 가운데에도 한국 체육이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종전 쇼트트랙에 의존했던 금메달 분포도 남녀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빙속),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까지 넓어져 내년 열릴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아시아 3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제9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금 16, 은 15, 동메달 14개로 개최국 중국(금 32, 은 27, 동 26)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지난 대회 종합 우승팀 일본(금 10, 은 12, 동 15)은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기흥(70)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회장 선거에서 낙선, 1월 말로 회장직에서 사퇴했으며 유승민(43) 회장 당선인은 오는 28일 대한체육회 총회 승인을 거쳐 3월 초 취임 예정이어서 대한체육회장이 공석인 상태.
한국이 역대 동계 아시아경기에서 종합 2위에 오른 것은 1999년 한국 강원 대회와 201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 2017년 일본 삿포로 오비히로 대회에 이번이 네 번째이며 역대 대회 종합 우승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네 번씩 차지했고 카자흐스탄이 한 번 기록했다.
한국은 9개의 금메달이 걸린 쇼트트랙에서 6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은 데 이어 차준환(24 고려대)과 김채연(19 군포 수리고)이 남녀 피겨스케이팅에서 국제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반 우승의 쾌거를 이룩했다.
특히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김채연은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5)에게 역전승을 거두어 내년 밀라노 동계올림픽의 우승 가능성도 높였다.
김채연은 이날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7.56점(1위)을 받아 전날 쇼트 프로그램 71.88점(2위)과 합산, 219.44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설상 종목의 선전도 빛났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이채운(경희대 입학 예정), 하프파이프에서 김건희(시흥 매화고)가 정상에 올랐고,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승훈(한국체대)도 금메달을 따냈다.
스키·스노보드를 통틀어 금 3, 은 3, 동메달 6개가 나왔다.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전남체육회)는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컬링도 3개 종목에서 금 1개와 은메달 2개를 가져왔다.
스킵 김은지, 서드 김민지, 세컨드 김수지, 리드 설예은, 핍스 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경기도청)은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결승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7대2로 제압했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