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영혼 갈아 넣어서라도 MVP(최우수선수) 다운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죽어라 뛰겠다.”
정규리그 8관왕에 오른 김단비(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가 봄 농구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김단비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3층 그랜드볼룸 한라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 참석해 득점상, 리바운드상, 블록상, 스틸상, 윤덕주상(최고 공헌도상), 우수 수비상, 베스트 5(포워드), MVP를 싹쓸이했다.
이로써 김단비는 지난 2023-2024시즌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 이후 통산 두 번째 8관왕에 등극했다. 아울러 기자단 MVP 투표 총 116표 중 몰표를 받은 김단비는 WKBL 단일리그 시행 이후 역대 6번째 만장일치 MVP의 기쁨도 누리게 됐다.
올 시즌 29경기에 나선 김단비는 평균 21.10득점 10.90리바운드, 1.52블록 2.07스틸을 올리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런 김단비를 앞세운 우리은행은 개막 전 ‘약체’라는 평가를 비웃듯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무려 8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상금 1400만 원을 챙긴 김단비는 “8관왕을 해 상금이 많더라. 옆에서 선수들이 계산해주는데 상당히 많았다. 선수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감사한 분들께 선물도 할 것”이라며 “팬들과 우승하고 팬 미팅하겠다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온 김단비. 그가 이렇게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도움이 있었다. 위 감독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코치로 활동하던 시기 김단비가 기본기를 잘 쌓을 수 있게 지도했으며, 우리은행에서 재회한 뒤로는 ‘에이스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김단비는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위성우 감독에 대해 “제2의 아버지라 하기에는 너무 화를 내셔서 좀 그렇다. 제 아버지는 그렇게 화를 안 내신다(웃음)”며 “시작을 감독님과 했었고, 준비를 잘해 우리은행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제 농구를 다 만들어주셨다. 농구의 아버지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김단비에게도 ‘왕관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이로 인해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고.
수상 직후 “MVP를 받고 그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엄청난 압박이 있었다. 선수를 그만할까도 고민했다”고 말하기도 했던 김단비는 “박지수가 왜 (MVP를 많이 받고) 힘들어 했는지 이해가 갔다. 박혜진(부산 BNK썸)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많이 느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MVP를 받으니 자존심이 세졌다. 이번 시즌 앞두고 팀이 약체로 평가 받았는데 꼴찌, 하위권으로 떨어지기는 싫었다”며 “어떻게 하면 팀을 플레이오프로 올릴 수 있을까. 내가 모든 게임에서 활약해야 하고 못하면 무너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초반에 잘하다 보니 나중에는 못하는 게 더 주목받더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즌 중반 많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단비는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8관왕 및 통산 6번째 만장일치 MVP와 마주했다.
김단비는 “사실 (압박감에서) 자유로워 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올 시즌 새로운 멤버들이 온 상황에서 우승을 했다. 좋은 성적을 거뒀고, 운 좋게 MVP까지 탔다”며 “압박감을 더는 안 가지고 싶다. 내가 최고의 자리에 있기 보다는 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크고 더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새 목표가 생겼다. 이번에 MVP를 받았으니, 그 압박감을 좀 내려놓으려 한다”고 전했다.
물론 다가오는 포스트시즌까지는 예외다. 이번 봄 농구를 통해 우리은행은 통산 11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김단비는 “부담은 이번 시즌까지 가질 생각이다. 정규리그 MVP를 탔는데,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영혼 갈아 넣어서라도 MVP 다운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죽어라 뛰겠다”며 “농구는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리그 때도 선수들이 옆에서 잘 받쳐줬다.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선수들이 생각보다 없어 걱정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고 자신있게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이제는 강팀의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플레이오프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용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