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힐랄 조르제 제주스 감독의 조롱에도 이정효 감독은 끄덕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2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제주스 감독의 알 힐랄과의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0-7 대패를 당했다.

‘X바르거나, X발리거나’라는 출사표를 내던진 이정효 감독은 알 힐랄 전에서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비쳤지만, 알 힐랄의 벽을 허물지 못하며 아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이 가운데 제주스 감독이 대승에도 이정효 감독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경기 종료 후 이정효 감독은 악수를 건넸지만, 제주스 감독은 악수는커녕 ‘입 다물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뿐이었다.

제주스 감독에게 이른바 ‘긁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경기 전부터 이정효 감독의 말이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이정효 감독은 알 힐랄전을 앞두고 “X바르거나, X발리거나”라면서 “광주만의 스타일대로 공격적이고, 상대를 어떻게 하면 힘들게 할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 힐랄에 대해 “유명 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다. 사우디 출신 선수들을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지 더 신경 썼다”라며 “어느 팀이나 약점이 있다. 경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도, 알 힐랄도 약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겠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라고 했었다.

경기 전부터 강하게 말을 이어간 이정효 감독. K리그 팬들에게는 익숙하다. ‘K-무리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경기를 준비한다. 이제는 이정효 감독만의 특색이다. 이정효 감독은 알 힐랄전 아무리 강한 상대여도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맞붙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제주스 감독이 듣기에는 불편함이 컸던 모양이다.

이정효 감독은 제주스 감독의 제스처를 ‘쿨’하게 넘어갔다. 그는 “축구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0-7이든, 0-10이든 선수들이 배울 점이 생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도 오기가 생겼고, 다시 강팀을 꺾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라며, 제주스 감독의 행동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하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안 볼 사람이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광주와 이정효 감독의 ACLE 여정이 막을 내렸다. 광주는 ACLE 조별리그부터 ‘돌풍’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정효 축구’를 제대로 알렸다. 16강에서는 비셀고베(일본)를 상대로 1차전 0-2 패배 후 2차전 연장전 끝에 3-0 완승을 거두며 ‘기적’을 썼다. 그리고 사우디로 향해 도전을 이어갔으나, 알 힐랄과의 체급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무너졌지만, 박수받을 도전이다. 광주는 알 힐랄을 상대로도 자신들 만의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경기 내내 침착하게 패스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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