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김 대전(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의 승자는 김광현(SSG랜더스)이었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를 9-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전날(25일) 0-4 패배를 설욕한 SSG는 45승 3무 46패를 기록했다. 선두 한화는 57승 3무 35패다.
이번 경기는 또한 류김 대전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투수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다만 이는 류현진이 조기 강판되며 다소 싱겁게 끝났다.
시작부터 좋지 못했던 류현진이다. 1회초 최지훈의 우중월 안타와 안상현의 볼넷으로 연결된 무사 1, 2루에서 최정,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각각 1타점 좌전 적시타,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맞았다. 고명준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는 김성욱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지영을 투수 땅볼로 묶은 류현진은 정준재를 2루수 직선타로 유도했고, 김성욱이 미처 2루로 귀루하지 못하며 힘겹게 이닝을 끝냈다. 1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남았다. 이후 한화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패함에 따라 시즌 5패(6승)도 따라왔다. 평균자책점은 3.07에서 3.56으로 상승했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뒤 1이닝 만에 교체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기세가 오른 SSG는 6회초 점수 차를 벌렸다. 고명준의 좌전 안타와 김성욱의 좌전 2루타로 완성된 무사 2, 3루에서 이지영이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렸다. 정준재의 볼넷으로 계속된 1사 1, 3루에서는 정준재의 2루 도루 시도에 상대 포수의 송구 실책이 나온 틈을 타 김성욱이 득점했다. 이후 김성현도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순항하던 김광현은 6회말 첫 실점을 떠안았다. 심우준의 중전 안타와 이진영의 좌전 안타, 루이스 리베라토의 중전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에서 문현빈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그러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노시환을 6-4-3(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로 유도, 아웃카운트 2개와 1점을 맞바꿨다. 이어 채은성은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6이닝 6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 총 투구 수는 81구였으며 시즌 6승(7패)을 챙기는 기쁨도 누렸다. 아울러 6시즌 연속 100탈삼진, 100이닝도 돌파했다.
이런 김광현의 역투로 승기를 잡은 SSG는 8회초 안상현의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한 발 더 달아났다. 9회말에는 한 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류김 대전에서 승리한 김광현이었지만, 경기 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광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방송 카메라가 몸 푸는 모습을 찍는 등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더라. (류)현진 형과 선발 맞대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종의 낭만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 치열한 투수전을 펼쳐서 최고의 경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1회 최정 형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팀 타선이 많은 점수를 내지 못했기에 오늘 경기에선 딱 1점만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1회부터 대량 득점을 해줘서 고마웠다”며 “한편으로는 (류)현진이 형이 조기 강판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 두 명 모두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번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광현은 이날 오랜만에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0km를 찍었다.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태연에게 던진 3구 몸쪽 패스트볼이 150km로 측정됐다. 이번 경기 전까지 김광현의 마지막 150km 패스트볼은 2024년 4월 10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 2회초 김휘집(현 NC 다이노스)에게 구사했던 3구였다.
김광현은 150km를 찍었다는 취재진의 발언에 “거짓말 아닌가”라며 반문한 뒤 “올해 150km 구속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다행이다. 지난달 어깨 뭉침 현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있는데, 당시 팔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면서 좋은 공을 많이 던지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