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타가 쉽지 않다) 말씀하셨던 분들이 반대로 더 인정하고 응원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품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스위치 타자에 대해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결과로 입증해냈다. 김주원(NC 다이노스)의 이야기다.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NC의 부름을 받은 김주원은 공룡군단의 현재이자 미래인 우투양타 유격수 자원이다. 통산 570경기에서 타율 0.254(1766타수 448안타) 49홈런 231타점 9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7을 적어냈다.
특히 올해 활약이 좋았다. 이호준 NC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전 경기인 144경기에 나서 타율 0.289(539타수 156안타) 15홈런 65타점 44도루 OPS 0.830을 작성했다. 이런 김주원을 앞세운 NC는 기적같은 5강행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김주원은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꼈다. 김주원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김주원은 “(수상 소감을) 조금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막상 올라가니 완전 새하얘지더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내년에도) 받게 된다면 오늘보다 나을 것 같다. (외할아버지 이야기도) 생각이 안 나서 말씀 못 드렸다”고 이야기했다.
김주원의 외할아버지는 김주원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당시 세상을 떠났다. 큰 슬픔이 찾아왔지만, 김주원은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애썼고, 일본과의 2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천금같은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킨 뒤 비로소 눈물을 흘렸다.
김주원은 “(골든글러브를 받은 것을) 직접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하늘에서 보셨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 받았는데,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셨다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올해 시즌 들어가기 전 모두가 (저를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생각 안 하셨을 것 같은데,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해 저 스스로도 매우 뿌듯하다. 기억에 많이 남고 행복했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으로 김주원은 사상 첫 스위치 히터 골든글러버가 됐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그는 “신인 데뷔 때부터 스위치 타자에 대해 말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이겨냈다. 스스로 보완해 나가면서 성장해 골든글러브를 받아 더 뜻 깊은 것 같다”며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안 좋은)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좀 더 제가 준비를 하려 했다. 그렇게 말씀하셨던 분들이 반대로 인정하고 응원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품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목표는 매년 계속 시상식 참여하고 싶다. 꾸준히 상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내년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김주원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 사이판에서 진행되는 WBC 대비 1차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주원은 “일단 1차 명단에 들었다. 당연히 끝까지 남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올해 많이 뛰었으니 비시즌 잘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