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훈·기성용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령탑, 포항만 사랑하는 ‘낭만의 아이콘’ 박태하 [MK인터뷰]

“선수들이 잘했지.” 2시즌 연속 축구계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의 비결을 묻자, 박태하(57)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환히 웃으며 한 답이다.

포항은 2025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16승 8무 14패(승점 56점)를 기록했다. 포항은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4위에 올랐다. 포항은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이 유력하다.

박 감독은 2025년 10월 포항과 3년(2028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2024시즌부터 포항을 이끌며 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경상북도 영덕 출신인 박 감독이 포항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32년째다.

박 감독은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항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현역 연장의 기회가 있었지만, ‘포항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마음에 은퇴를 택했다.

2024시즌 포항 지휘봉을 잡은 뒤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포항 사령탑에 오른 걸 ‘행복’으로 표현했다.

포항을 향한 박 감독의 진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해 12월 16일 포항에서 박 감독과 나눴던 이야기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휴식기는 잘 보내고 있나.

휴식 같지 않은 휴식이랄까(웃음). 우리가 지켜야 할 선수,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 타 구단 이적시장 동향 등을 살펴야 하는 시기다. 전력 공백이 있으면 누굴 채워 넣어야 할지 미리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동이 워낙 많다. 선수단 구성 고민이 일과인 듯하다.

Q. 올겨울 이적시장의 중심은 ‘감독’이다.

우리 팀 챙기기도 바쁘다. 큰 팀들의 감독이 바뀌는 듯하다. 하지만, 선수단의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가 상대의 변화에 맞춰서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지 고민한다.

Q. 포항 팬들의 큰 관심 중 하나는 신광훈, 기성용의 재계약이다.

(신)광훈이는 올 시즌 25경기 이상 뛰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조항이 있었다. 내년에도 함께 간다. 나이가 있다 보니까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란 우려를 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여긴 프로다. 경기력만 좋으면 누구든지 경기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선수의 능력은 감독만 평가하는 게 아니다. 경기장에서 뛰면, 팬들도 그 선수를 평가한다. 포항에선 누구든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살아남은 사람이 출전 기회를 받고, 부족한 사람은 벤치에 앉는다.

포항 스틸러스 신광훈.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신광훈.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기성용.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기성용. 사진=이근승 기자

Q. 기성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

올해 마지막 경기 때 (기)성용이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줬다. 성용이가 자신의 기량을 한 번 확인해 보길 바랐다. 느끼는 게 있었을 거다.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심사숙고할 거다. 나는 성용이의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성용이는 경기장에서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팬들이 성용이의 재계약을 바라는 건 이 때문이다. 성용이가 마지막 결정을 잘할 것으로 본다.

Q. 기성용과 마지막 미팅 때 어떤 얘기를 나눴나.

성용이에겐 “네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단, 나는 “네가 아직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본다. 팬들이 재계약을 바라는 것 자체가 증명했다는 거다. 더 하고 싶으면 더 해도 된다”고 했다. 은퇴할 시기인 건 맞다. 본인의 생각과 계획도 있을 거다. 하지만, 선수 생활 마지막 아닌가. 나는 후배들이 ‘후회 없이 선수 생활 했다’는 마음으로 은퇴했으면 한다. 제일 아름다운 은퇴 아닌가. 물론, 그걸 판단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성용이가 내게 그런 얘길 했었다.

Q. 어떤 얘길 했나.

성용이가 내게 “감독님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성용이에게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너는 지금처럼 뛰어주면 된다”고 했다. ‘성용이가 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영입했다. 그만한 선수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성용이는 올 시즌 후반기에 자기가 건재하다는 걸 증명했다. 성용이의 풍부한 경험은 후배들에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박태하(사진 맨 왼쪽)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항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박태하는 포항 ‘원클럽맨’이다. 사진=AFPBBNews=News1
박태하(사진 맨 왼쪽)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항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박태하는 포항 ‘원클럽맨’이다. 사진=AFPBBNews=News1

Q. 박태하 감독은 선수 은퇴를 빨리했다. 더 뛸 수 있었는데 포항 원클럽맨으로 남고자 은퇴한 것 아닌가. 후회는 없나.

포항을 떠나기가 정말 싫었다. 시간이 지나서 후회된 적도 있다. 선수 마지막 해 ‘더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은퇴할 것 같다. 포항을 떠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포항에서 은퇴한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Q. 지금은 ‘원클럽맨’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전엔 팀 수가 적었다. 선수 이적도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원클럽맨’이 많던 시기다. 요즘은 5년 이상 한 팀에 머무르는 것도 쉽지 않다. 보통 3년만 지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트레이드나 큰 이적료를 제시하는 팀으로 향할 수 있다. 팀에 애착심을 가지고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선수가 줄어드는 건 아쉽긴 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Q. 포항은 올 시즌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 포항의 저력으로 ‘포항만의 문화’를 꼽는다.

내가 바라는 건 명확하다. 선수들이 이 팀에서 계속 성장했으면 한다. 선수가 성장하면, 팀도 성장한다. 물론, 선수가 성장하면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적정선이란 게 있으니까. 선수를 떠나보내는 건 언제나 어렵고 아쉽지만,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 쳐주는 곳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거다. 지금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떠나는 선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포항이 올 시즌에도 좋은 성과를 낸 중심엔 박태하 감독이 있는 것 아닌가.

선수들이 잘했지. 나는 욕심이 없다. 이 나이에 무슨 출세를 하겠나(웃음). 선수들도 사람이다. 감독이 다른 생각 하면, 선수들도 안다. 나는 포항만 생각한다. 소소하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올 시즌엔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의 목표를 이뤄냈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닌가 싶다. 나는 포항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팬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Q. 포항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나.

포항 스틸야드는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다. 자부심이 있다. 한국 축구의 성지이고 출발점이라고 얘기하지 않나. 클럽하우스에서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Q. K리그엔 포항과 같은 환경을 갖추지 못한 구단이 많다.

조심스럽다. 감독들이 시즌 중 환경에 대해 불평, 불만을 토로한다.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다. 프로의 세계 아닌가. 프로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은 경기력 향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팬들에게 얼마만큼의 질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느냐와도 연결된다.

Q. 지도자뿐 아니라 행정가로도 활동했었다. K리그가 ‘팀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앞서 말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팀들이 프로 무대에 들어오는 거다.

여러 원인이 있을 거다. 우선, 니즈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아닐까. 선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구절벽 아닌가. 옛날엔 선수가 아주 많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야 프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2026시즌부턴 K리그1, 2에 29개 팀이 있다. 한국에서 잘하는 선수는 일찌감치 국외로 간다.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Q. 팀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게 참 어렵다. 모르겠다. 팬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환경이 지금보단 개선되지 않을까. 냉정하게 경기력만 보면, 질적으론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기량이 좋은 선수는 국외로 나간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박태하 감독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겐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주나.

경기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프로다. 다 포항 선수다. 프로에서 뛸 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다. 훈련장에서 열심히 해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면, 언제든지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단, 타이밍이 있다. 아무 때나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팀의 흐름이 좋을 땐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

Q. 선수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인가.

축구를 대하는 태도다. 기량이 좋고 나쁨은 다음 문제다. 우린 훈련 시간이 길지 않다. 길어야 2시간이다. 보통 1시간 30분 훈련한다. 그 훈련을 어떻게 준비하고 임하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서 집중하지 않는 선수는 실전에서도 집중 못한다. 훈련장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선수가 실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존중, 신뢰, 책임감이 중요하다.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책임을 다하는 선수가 성장한다. 선수들에게 이 세 가지를 자주 얘기하는 것 같다.

Q.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1군에 있는 선수들이나 2군에 있는 선수들이나 다 내 새끼다. 다 챙겨야 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면 큰 장점이 있다. 모든 선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훈련장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모여서 밥 먹을 때, 평상시 표정, 행동 등을 보면서 그 선수의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훈련에 성실히 임하고, 평상시 잘 웃고 활발한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Q. 감독이다 보니 전술에 대한 고민도 많지 않은가.

당연하다. 전술은 감독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나는 ‘내 전술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전술은 선수 구성에 따라서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고민하다 보면 전술도 바뀐다. 감독은 고민하는 직업이 아닌가 싶다.

포항 스틸러스 완델손.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완델손. 사진=이근승 기자

Q. 주장이자 팀 핵심인 완델손이 올 시즌 리그 2경기 만에 시즌아웃됐다. 고민이 크지 않았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고민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고민한 건 완델손의 공백을 누구로 메울지였다. 완델손을 대체할 선수가 자신에게 기회라는 걸 인식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Q. 올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진 않았다. 올 시즌 첫 번째 버스막기도 있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나도 사람인데 ‘큰일 났다’란 생각이 들었지. 단, 나는 감독이다. 내가 흔들리면 팀이 휘청인다. 결과와 관계없이 선수들을 보채진 않았다. 팀의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 신경 썼다.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우린 선임부터 신인들까지 하나 되어 나가는 팀이다. 그런 분위기가 있는 팀을 맡는다는 건 큰 축복이다.

Q. 포항의 강점은 끈끈함이다. 팀을 지휘하면서 ‘하나로 똘똘 뭉쳐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때가 있을까.

감독을 하다 보면, 부담스러운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베테랑이 벤치에 앉아 있을 때다. 선수들은 “제일 괴로운 건 벤치에 앉아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감정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선수도 있다. 나는 모든 선수를 경기에서 뛰게 하고 싶다. 하지만, 훈련장에서의 모습, 경기 당일 컨디션 등을 고려해서 11명을 선정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불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포항 선수들은 다르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팀 승리만을 생각한다. 팀을 생각하고, 후배들을 배려하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게 포항의 문화이고 힘이다.

Q. 끈끈한 문화는 어떨 때 큰 힘을 발휘하나.

시즌은 길다. 분위기가 매번 좋을 순 없다. 안 좋을 때가 있다. 위기의 순간이 반드시 온다. 이를 극복하는 힘이 좋은 문화로부터 나온다.

포항 스틸야드. 사진=포항 스틸러스
포항 스틸야드. 사진=포항 스틸러스

Q. ‘버스 막기’가 K리그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버스 막기 현장을 취재하면, 폭언, 욕설이 난무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버스 막기는 사라져야 하는 문화 아닌가.

조심스럽다. 우린 팬들이 있어서 존재한다. 다만, 그 상황까지 가면 가장 고통스러운 건 감독이다. 이 문화만 보면, 바람직하진 않다. 우린 팬을 ‘서포터스’라고 한다. 우릴 도와주는 분들이다. 어려우시겠지만, 힘들 때 더 힘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게 ‘팀’ 아닌가. 프로의 세계다.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 스스로 나간다.

Q. 2025시즌 중 포항과 재계약을 맺었다.

구단에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포항은 내 선수 시절을 바친 팀이다. 내 고향이고, 내 집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재계약을 맺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포항이 그냥 좋다. 내 능력이 뛰어나서 재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다. 나는 선수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감독은 주인공인 선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Q. 박태하 감독의 포항은 어떤 축구를 구사하는 팀인가.

나는 전술 얘기하는 게 참 어렵다(웃음). 축구엔 정답이 없다. 감독마다 색깔이 있다. 전술 얘기를 들으면 재미있고, 다 좋아 보인다. 그런데 프로의 세계에선 어떤 전술을 구사하든 성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접근 방식은 있다. 한 예로 선수가 어느 위치에서 볼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해야 공격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한다. 볼의 위치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는지 코치들과 자주 이야기한다. 상황에 따른 선수 위치, 움직임 등 고민해야 하는 게 정말 많다.

Q.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건 무엇인가.

‘우리 선수들이 무얼 잘할까’다. 선수가 자기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그래서 전술 수정이 필수다. 어떤 위치에서 부족함이 보이면, 다른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에게 요구하는 것도 점점 늘어난다(웃음). 선수와 팀이 발전해야 모두 행복한 것 아닌가.

포항 스틸러스 조르지.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조르지.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주닝요.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주닝요. 사진=이근승 기자

Q. 박태하 감독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신뢰’, ‘믿음’이다. 조르지, 주닝요가 대표적인 예다. 조르지는 박태하 감독의 굳건한 신뢰가 있어서 포항에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주닝요도 올 시즌 후반기에 적응된 모습을 보였다. 선수의 경기력과 관계없이 꾸준한 신뢰를 보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은데.

내 축구가 복잡하진 않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제 포지션에서 자릴 잡는 게 쉽진 않을 거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좋은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압박과 수비 가담도 필수다. 외국인 선수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훈련장에서의 모습을 중요시한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이 선수가 시간이 흐른 뒤 얼마만큼의 경기력을 보일지 알 수 있다. 조르지, 주닝요 모두 훈련장에서의 태도가 아주 훌륭하다. 만약 태도가 안 좋았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다. 태도가 훌륭한 선수는 반드시 기회를 잡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Q.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해주는 조언이 있나.

간단하다. “계속해서 기죽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얘기한다.

Q. 신뢰하고 있는 선수가 부진하면 스트레스받진 않나.

선수들이 더 받겠지. 지나간 경기는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한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훈련할 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안 터지면, ‘왜 안 터질까’ 고민하곤 한다. 나나 선수들이나 경기를 치를수록 새롭게 터득하는 게 있다. 서로 다른 걸 배우기도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한 선수가 부진하다고 해서 당장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나한텐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기다리면 앞선 선수들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Q. 202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에 큰 변화가 있다.

조금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 외국인 선수를 더 영입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을 적응시키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부분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기존 선수들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그게 가장 좋다.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진 않는다.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기존 선수를 최대한 지키면서 영입 가능한 선수를 추가하는 게 목표다.

Q. 포항이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후 처음 평균 관중 1만(리그 홈 19경기 평균 1만 248명)을 돌파했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누구 한 사람이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구단 모든 구성원이 지역민들에게 최대한 다가서려고 했다. 선수단, 마케팅팀, 홍보부서 등 많은 구성원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팬들에게 계속해서 다가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선수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우린 역사가 있는 팀이다. 스틸야드란 홈구장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큰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포항 시민들이 스틸야드에서 더 재밌는 시간과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Q. 2025시즌 평균 관중 1만 돌파에 기성용의 영입도 큰 영향을 미쳤을까.

당연하다. 성용이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다. 성용이는 자신을 향한 기대를 그라운드 위에서 충족 시켜주기도 했다. 우리 팀엔 성용이와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면서 성장한 선수들도 있다. 성용이가 합류하면서 팀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한둘 아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입이다.

‘포항항TV’에 올라온 이동협(사진 왼쪽), 홍윤상 출연 뮤직비디오. <홍윤상 X 이동협 -Sea of Love 2025 [Remastered]>. 사진=포항 스틸러스 유튜브 채널 [포항항TV]
‘포항항TV’에 올라온 이동협(사진 왼쪽), 홍윤상 출연 뮤직비디오. <홍윤상 X 이동협 -Sea of Love 2025 [Remastered]>. 사진=포항 스틸러스 유튜브 채널 [포항항TV]

Q. 축구계에선 ‘포항 프런트가 일을 참 잘한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예가 포항 유튜브 채널 운영이다. 포항 프런트가 공개하는 ‘릴스’가 대단히 화제다. 선수들이 직접 참여해서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박태하 감독도 해당 영상을 챙겨보곤 하나.

가끔 본다. 아내는 그 영상을 꼭 챙겨본다. 아내가 내게 “정말 재밌다”고 영상을 보여주곤 한다(웃음).

Q. 신광훈, 기성용이 팬들을 위해 춤도 춘다.

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 팀을 사랑하니까 춤도 추는 거다. 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그런 걸 찍을 수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나. 분위기가 좋을 땐 무얼 해도 다 긍정적으로 보인다.

Q. 혹시... 박태하 감독의 릴스 영상을 기대하는 팬도 많을 것 같은데.

나는 조용히 살아야지(웃음). 요즘엔 톡톡 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나.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해야 한다. 그게 재밌지.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2025시즌을 돌아본다면.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다. 날 믿고 따라주는 선수들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매 시즌 성장한 선수들이 더 많은 연봉 계약을 맺는 걸 본다. 이건 나의 큰 보람 중 하나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자기 가치를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팬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팬들은 우리가 힘들 때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모든 비판은 내게 주셨으면 한다. 비판받는 건 감독인 내 몫이다.

Q. 감독이란 직업 자체가 고민의 연속이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독’으로 살면서 보람뿐 아니라 재미도 느끼나.

나는 축구가 재밌다. 감독 생활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고민은 더 좋은 축구를 위해서 한다. 재밌는 고민 아닌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한 축구로 원하는 성과를 냈을 때의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Q. 2026년엔 월드컵이 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코치로 한국의 16강 진출에 이바지했었다. 당시에도 ‘고지대’가 변수 중 하나이지 않았나. ‘고지대’ 변수를 극복해야 하는 현 대표팀에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공이 평상시보다 상당히 빠를 거다. 당시 선수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공이 날아가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고 한다. 대표팀이 잘 준비할 거다. 대회 전 고지대에서 경기를 해보는 게 가장 좋은 적응 훈련이 될 거다. 특히 조심해야 할 건 공중볼이다. 공중볼을 처리하는 타이밍이 달라서 애를 먹을 수 있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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