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 년 된 거 같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펫코파크의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배지환(27)은 빅리그 복귀 소감을 묻자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에도 그는 빅리그에 출전했다. 그러나 ‘몇 년은 된 거 같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빅리그 13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시즌 종료 후 웨이버 이후 뉴욕 메츠로 이적했지만, 바로 40인 명단 밖으로 밀려났고 시즌 내내 트리플A에서 뛰었다.
트리플A에서만 91경기를 뛰며 타율 0.257 출루율 0.360 장타율 0.368 2루타 14개 5홈런 32타점 36도루를 기록했다. 메츠 메이저리그팀은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지만,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는 ‘왜 나는 부르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 같다고 묻자 “많이 했다”고 답했다. “특히 시즌 초반 방망이가 잘 맞을 때는 개인적인 욕심에 감이 좋을 때 기회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팀도 성적이 안 나고 빈자리들이 보이면서 ‘이 자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욕심이 더 났다”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러나 메츠는 트레이드 마감이 지난 이후에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는 “그때부터 욕심을 버리고 그냥 하루하루 경기 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며 욕심을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는 7월이 지나면 하위 레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유망주들이 승격한다. 트리플A에서 뛰던 베테랑들은 자리를 비워줘야한다. 배지환도 그렇게 메츠 트리플A에서 정리됐다.
빅리그 경력 5~6년차 선수들이 방출되는 모습을 본 그는 “유망주들이 더블A에서 올라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며 방출을 예상하였다고 밝혔다.
메츠와 결별한 그는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새로운 제안을 전해 들었다. 브루어스는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다.
“지금 성적도 성적이지만, 제일 먼저 연락한 팀이다. 대부분의 팀이 솔직히 선수를 도구로 보고 기용 방식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의사소통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밀워키는 적극적으로 나를 내야수로 생각하고 있고 기용 방식에 관해서도 설명해줬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뭔가 체계적이라는 느낌이었고, 믿음도 많이 갔다.”
유망주 시절 내야수였지만, 빅리그 승격 이후 외야수를 겸한 그는 한대 외야 비중을 더 많이 가져갔다. 그러나 새로운 팀에서는 주로 내야수로 뛴다.
이날 경기에서도 2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그는 “일단은 내야로 뛰는데 감독님이 외야 세 포지션 다 할 줄 아는 거 알고 있으니 준비는 하라고 했다. 어떻게 기용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글러브는 다 챙겨왔다”며 어떤 역할이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하더라도 외야수만 했던 그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며 내야 비중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 메츠에서 영입했을 때 백업 외야수, 대주자, 이런 생각을 한 거 같은데 스프링캠프에서 마이너 캠프 처음 내려갔을 때 내야수 글러브도 없는데 2루로 나갔다. 시즌 개막 후에는 다시 외야로 갔다가 2루가 비니까 2루로 갔다. 욕심에는 예전처럼 내야와 외야를 왔다 갔다 하면 적응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한동안 이 포지션만 했다가 다시 다른 위치만 하고 그러니까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프로니까. 그냥 해야 했다. 뛸 수 있는 자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은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말을 이었다.
2026시즌, 그는 타격에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오랫동안 고집했던 레그킥을 버리고 ‘토 탭’을 도입했다. 오프시즌 기간 ‘드라이브 라인’에서 훈련한 결과였다. “홈런을 많이 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타격 자세를 고치기에 적합한 곳이라 생각해 그곳을 찾았다. 겨우내 영상도 보고 데이터도 보면서 많은 조정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오랫동안 고집했던 레그킥을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다가 커리어가 끝나면 후회는 없을 거 같았다”며 말을 이은 그는 “그런데 그곳에 계신 코치님들이 나를 설득할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고, 내가 수긍했다”며 변화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원래는 타격할 때 고유한 리듬이 있다면 그 리듬 안에서 동작만 조금 개선하고 싶었다. 그런데 리듬까지 다 바꿨다. 그게 겁이 나긴 했지만, 적응을 많이 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 노력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타율이나 이런 성적은 내려갔지만, 세부 지표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당겨치는 타구 비율, 강한 타구 비율, 배럴(정타) 비율 이런 것들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니 ‘이것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방향이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지환은 다양한 수비 위치를 소화할 수 있고 빠른 발을 가졌다. 포스트시즌에서 이런 능력은 꼭 필요하다. 밀워키는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부상 대체 선수지만, 활약 여부에 따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포스트시즌도 기대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만 가도 진짜 감지덕지”라며 말을 이은 그는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팀 40인 명단에 내야수가 많지 않다. 마이너리그로 다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또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일단은 지금 경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는 “그저 시즌 끝날 때까지 한 경기 한 경기 감사해하며 뛰겠다. 나머지는 다 잊어버리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는 말을 남기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