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포항의 미래 이명주, 과거를 보며 여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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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위해 20일 밤 터키 안탈리아로 떠났다.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부담을 던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모두가 새로운 도전에 설렘 가득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오가 남다른 인물이 있다. 2012년 K리그 최고의 루키, 포항의 미래라 불리는 이명주다. 포항스틸러스의 유소년팀인 포철중과 포철공고를 거쳐 영남대에 진학했던 이명주는 2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포항에 입단했다. 본인도 도전 의지가 강했고 황선홍 감독의 영입 의지도 높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선택은 적중했다. 시즌이 끝난 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이명주는 유효표 116표 중 104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기대 이상의 데뷔 시즌이었기에 2013년은 보다 힘든 도전이 될 수 있다. 소위 ‘2년차 징크스’라는 것은 꽤나 잘했던 신인들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터키 출국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을 소화하던 포항에서 만난 이명주에게서도 빗겨갈 2년차 징크스를 감지했다.



▲두려움? 빨리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이번 터키 동계훈련은 프로선수로서 이명주의 첫 해외 전지훈련이다. 신인이었던 지난해에는 해외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채 제주도에서의 마무리 훈련에만 참가했다.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이던 이명주는 “해외전훈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이 크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워올 생각”이라는 풋풋한 각오를 전했다. 아직 루키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2년에서 대학생활을 정리하고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2012년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사실 걱정이 있었던 도전이다. 이명주는 “(대학에서)1년을 더 뛸까 고민을 많이 했다. 신인왕은 고사하고 주전으로 나설 수는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고 때문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쁘다.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는 다짐으로 지난 1년을 돌아봤다.

걱정은 했다고 우는 소리는 했으나 실상 두려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명주는 몸이 근질거렸던 유형이다. 하루빨리 프로무대에 뛰어들어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명주는 “사실 큰 두려움은 없었다”는 속내를 꺼냈다. 그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 경험에 있다. 비록 예선 때였으나 이명주는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해 대부분이 프로선수였던 이들과의 소중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신을 회상하던 이명주는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경쟁하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냈던 것 같다. 프로 선수들과 뛰면서, 이 정도 차이라면 나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겁 없는 생각을 했다”면서 “어떻게든 빨리 다른 선수들과 붙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포항에서 불러줘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신인다운 당당함이었다.

포철공고 시절 ‘볼보이’를 하면서 지켜본 포항스틸러스 구단과 선배들의 모습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멋지다는 생각이 많았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하루빨리 같이 뛰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올림픽대표팀에서의 간접 경험은 그의 말처럼 “나도 프로에 있었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붙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명주는 “동료 선배들에게 프로생활이 어떻다는 것을 듣다보면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와보니, 정말 좋다. 힘든 점도 너무 많지만, 정말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명주의 당당한 도전은 훌륭했다. 아직 경기 조율이나 수비 가담 등 보완해야할 점이 있으나 신인임을 감안한다면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이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이명주는 포항 출신 국가대표팀 선배들을 보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포항의 미래가 포항의 과거를 보면서 여물고 있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제공
지난 시즌 신인왕인 이명주는 포항 출신 국가대표팀 선배들을 보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포항의 미래가 포항의 과거를 보면서 여물고 있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제공
▲2년차 징크스? 어림없다

그래서 또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이명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황 감독은 “명주가 템포를 많이 살려준다. 내가 원하는 축구를 명주가 많이 만들어냈다”라고 칭찬한 뒤 “성실한 친구다. 인성도 좋고 차분하다. 지난해처럼 골을 많이 넣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2년차 징크스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황선홍 감독은 “부상만 없다면......”이라 말하려다 입방정이라며 말을 다시 삼켰다. 그만큼 애지중지한다는 방증이다. 이어 “이명주는 포항스틸러스 허리라인의 미래”라고도 했다. 사고방식도 황 감독의 예쁨을 받을만하다.

이명주는 K리그 모든 팀들의 전력이 대동소이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을 제한다면 더더욱 엇비슷하다 말했다. 그래서 물었다.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유독 외국인 선수의 재미를 보지 못하는 포항의 상황에 대해서.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명주는 “만약 굵직한 외국인 선수가 팀에 있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작년처럼 모든 선수들이 뭉쳐서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것이 더 즐겁다”면서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은 좋은 축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배경이 마련된 것 아닌가”라고 현실을 밝게 바라봤다.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외국인이 경기를 풀어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라”라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황 감독이 아끼는 이유가 있다.

황선홍 감독의 신뢰 속에서 이명주는 2013년에도 기회를 많이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주는 “시작이 너무 좋아서 걱정이지만 더 큰 목표를 잡고, 그곳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것이 맞다”면서 “솔직히 국가대표팀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에서 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짧은 소감으로 새 시즌 다짐을 전했다. 현명한 재목이다.

송라의 클럽하우스 한쪽 벽면에는 창단 후 국가대표팀을 거친 수많은 포항 선수들의 얼굴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구단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당연히 황선홍 감독도 있다. 이명주는 그 벽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내 얼굴은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다짐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포항스틸러스의 미래가 포항의 과거를 보면서 잘 여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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