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안준철 기자] 묘한 맞대결이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상무와의 시범경기 선발투수 매치업 얘기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107조 1항과 관련된 두 해외 복귀파 투수의 대결이라서 눈길을 끌었다.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대표팀과 상무와의 시범경기에 대표팀은 우완 이대은(28·경찰)을, 상무는 역시 우완 김선기(26)를 선발로 내세웠다. 시범경기이고, WBC를 앞두고 열리는 경기인만큼 긴장감은 없었다. 대표팀의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열리는 경기이니 초점도 대표팀에 맞춰져 있었다.
2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한국 WBC 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에서 상무 김선기가 선발로 등판해 호투하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하지만 이날 선발 맞대결을 펼친 이대은과 김선기는 해외복귀파의 퓨처스리그 출전과 관련된 규약 개정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2010년 세광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에 진출했던 김선기는 2015년말 상무에 합격하면서 해외파 선수의 복귀 2년 유예기간을 규정한 KBO규약 제107조 1항을 개정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애초 규약은 해외복귀 선수의 국내 프로구단 입단을 2년 유예하도록 한 내용인데, 상무는 프로팀이 아니라 해외에서 복귀한 선수들이 입단이 가능했다. 하지만 KBO는 규정을 고쳐, 해외파 선수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에 김선기는 상무에 입단하고도 퓨처스리그 경기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은이 경찰청에 입단하면서 이 규약은 1년 만에 다시 바뀐다.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던 이대은이 군복무를 해결해야 했지만, 규약 때문에 군팀에서 뛰지 못하고 현역으로 입대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에 KBO는 다시 규약을 손질해,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는 해외복귀파라도 퓨처스리그에서 뛸 수 있게 규약을 바꿨다. 2015년 프리미어 12 초대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대은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이대은 특별법’이었다.
김선기는 1회만 불안했을 뿐, 4회까지는 대표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이날 기록은 4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61개였다. 1회 선두타자 민병헌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김선기는 서건창에 우전안타를 내줬지만,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이대호에 적시 2루타를 허용,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최형우는 2루 땅볼로 처리했다. 2회는 2사 후 안타와 볼넷, 실책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서건창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와 4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140km 중후반대의 속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4회까지 던진 김선기는 5회 마운드를 구승민에게 넘겼다.
반면, 대표팀 합류 후 제구 난조로 애를 먹고 있는 이대은은 이날 1⅔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애초 3이닝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2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