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코칭스태프 조각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시즌 시작 전 1·2군에 스태프를 적절히 배치해 한 시즌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 역할이 끝까지 고정되지는 않는다.
감독은 보통 대외적인 이유로는 “분위기 쇄신”을 들어 시즌 중 코칭스태프의 보직을 바꾸기도 한다. 대개 팀 성적이 부진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올해는 시즌 중 이러한 변화가 잦았다. 5월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두산, 삼성, 롯데, NC, 한화가 각기 다른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직 초반인 2017시즌, 변화가 잦아졌다
올 시즌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건 의외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었다. (초반부터 기세등등하게 치고 나갔던 지난 시즌에는 코칭스태프 변동이 없었다.) 축 처진 성적과 분위기를 바꾸어놓기 위해 변화를 동시에 꾀했다. 4월 17일 두산은 한화에서 내야수 신성현을 데려오고 최재훈을 내주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8일 경기를 앞두고는 한용덕 수석코치가 1군 투수코치를 겸하도록 하는 골자의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을 단행했다.
기존 1군 투수코치였던 권명철 코치는 박철우 타격코치와 함께 1군에서 잔류군으로 이동했다. 이와 함께 강석천 코치가 1군 수비코치에서 타격코치로 이동했으며, 공필성 2군 감독이 1군 수비코치로, 이강철 2군 투수코치가 2군 감독에 자리했다.
18일 경기 전까지 두산은 14경기 6승 8패 승률 0.429로 7위에 랭크돼 있었다. 팀 타율 0.272(4위), 평균자책점 4.40(5위) 모두 리그 중위권 수준이었다. 마이클 보우덴의 부상으로 시작된 ‘판타스틱4’의 붕괴가 뼈아팠다. 하지만 모두가 두산의 반등을 점쳤다. 팀 정비를 마치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 봤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코칭스태프 이동에 대해 “느끼기에 변화가 필요해 결단을 내렸다. 타격 혹은 수비,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이 시점에서 한 번 움직여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한용덕 코치가 4월 17일부터 수석코치-투수코치를 겸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단기적인 효과는 있었을까. 18일을 기점으로 이후 14경기서는 7승 1무 6패 승률 0.538(5위)을 기록했다. 팀 타율 0.271, 평균자책점 4.56으로 수치는 소폭 악화됐다. 기간을 늘려 정상화가 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면 4월 19일부터 현재까지의 평균자책점이 3.93(3위)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파악할 수 있다.
두산은 5월 23일에도 코치 등록·말소가 있었다. 최해명 코치가 1군 등록돼 3루 주루작전을 맡았다. 기존 1군에서 불펜을 담당하던 이용호 코치가 엔트리서는 말소됐지만 여전히 1군 불펜진을 책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1명의 코치를 더 활용하면서 주루를 강화한 셈이다.
올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도 다른 환경을 만들어 도약을 모색하려 했다. 삼성은 4월 25일 경기를 앞두고 육성군 타격코치였던 강봉규 코치를 1군에 등록해 타격코치 보조 역할을 맡겼다. 정현욱 불펜코치는 엔트리서 말소됐다. 3일 만인 28일에는 대폭 개편을 진행했다. 2군에서 타격, 수비를 맡았던 김종훈, 박진만 코치가 1군으로 올라왔고 각각 1루 주루, 3루 작전을 맡았던 김재걸, 김호 코치가 자리를 맞바꾸는 등의 내용이었다.
올 시즌 최하위 삼성 역시 코칭스태프 개편이 이미 한 차례 이뤄졌다. 사진=김재현 기자
코칭스태프 개편 전까지 7연패였던 삼성은 개편 당일에도 패하며 8연패에 빠졌지만 다음날 12-5 대승을 거둬 가까스로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바로 다음날 2-13으로 크게 패하기도 했다. 삼성의 코칭스태프 개편이 진행된 4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5경기 동안 10승 15패 승률 0.400(9위)을 거두고 있다. 타격코치를 바꿔 타격 향상을 기대했으나 이 기간 팀 타율은 0.258로, 종전 0.249보다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전체 순위로는 9위에서 10위로 되레 떨어졌다.
롯데는 3연패 중이던 5월 16일 기존 서브 타격코치인 김대익 코치가 1군 메인 타격으로 올라서고, 훌리오 프랑코 코치가 드림팀(3군)으로 가면서 기존 드림팀 김승관 코치가 1군 서브 타격코치를 맡았다. 롯데 역시 이 같은 개편을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프랑코 코치의 지도 방향이 구단과 감독이 추구하는 그것과는 달랐다는 점도 작용했다.
타격 파트에 변화를 준 롯데는 단기적인 효과를 봤다. 5월 15일까지 0.277(5위)이던 팀 타율은 코칭스태프 변경 이후 11경기서 0.330(1위)으로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 전체로도 8승 3패 승률 0.727을 거두면서 최근 가장 뛰어난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리빌딩을 선언한 올해도 선전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2위 NC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코칭스태프 보직을 대폭 변경했다. 최일언 수석코치가 지난해처럼 다시 투수코치를 맡도록 하는 것이 가장 컸다. 이에 김평호 1루 주루코치가 수석코치로, 김상엽 투수코치는 2군으로 이동했다. 이 외에도 전준호 코치가 3루에서 1루로 이동했으며 그 빈자리는 2군에서 올라온 진종길 코치가 맡았다.
NC의 경우에는 국내 선발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목적이 뚜렷했다. 김경문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올라서야 팀이 지금보다 안정될 수 있다. 최일언 코치가 오랫동안 선수들을 봐왔기 때문에 다시 맡겼다. 효과는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고 있어 이후 어떤 식으로든 또 한 차례 개편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최근 개편은 한화서 이루어졌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물러나면서 김광수 수석코치, 계형철 투수보조코치가 사의를 표해 24일 자연히 개편이 이뤄졌다. 이 경우는 구단 차원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일부 코치들의 변화보다는 앞으로 차기 감독 선임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클 전망이다.
◆“분위기 쇄신 차원”…실제로는 어떤 효과?
팀의 부진은 투·타가 복합적으로 엇나가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게 보통이다. 선수와 코치, 혹은 코치와 감독에도 엇박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시즌 중 코칭스태프 개편은 자칫 이러한 부진을 모두 코치에 넘기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코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더욱 심사숙고한다.
시즌 중 코칭스태프 개편을 진행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는 이유를 거론한다. 정말로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더욱 복잡한 사정이 숨어있다. 감독과 코치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감독은 마음이 맞는 코치를 가까이 두려 한다. 혹은 코치와 선수의 호흡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감독은 “감독과 코치들은 캠프 때부터 많은 대화를 하지만, 시즌 중 기술적인 내용 등에서 맞지 않을 경우에 변화를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 지시를 따르는 입장인 코치가 자신의 스타일을 강하게 주장할 경우가 있다면서 코칭스태프를 바꾸고 결과가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결국 성적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어떤 변화든, 결국 결과가 말해준다는 것을 현장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또, 한 현역 코치는 “내가 보기에 분위기에 큰 도움은 안 된다. 수석코치를 바꾼다거나 하면 몰라도 그 외 일반 코치를 교체할 경우 효과는 미미하다. 선수들이 약간의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으나 그런 걸로 팀이 전체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하는 주체인 감독이나 하루아침에 보직이 바뀌는 코치나 모두 큰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성적이 말해준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