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감독들의 건강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게실염으로 입원했다. 올해 시즌 도중 감독이 병으로 이탈한 것은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에 이어 2번째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일 수원 kt위즈전을 마친 후 복통을 호소했다. 동수원병원에서 엑스레이 및 CT 촬영을 한 결과, 게실염으로 판명됐다. 게실염은 대장 벽에 생긴 게실(꽈리 모양 주머니)에 노폐물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증상은 심한 복통이다. 치료하려면 항생제를 계속 투여해 염증 수치를 낮춰야 한다. 동수원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은 김 감독은 다음날인 20일 서울 중앙대병원으로 이동해 추가 검사 및 항생제 치료를 한 후 병실에 입원했다. 20일 수원 kt전은 한용덕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당분간 김 감독의 부재는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21일 “전문의 회진 결과 아직 통증이 남아있어 계속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본인의 자각증세가 중요한 만큼 내일 아침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게실염으로 입원한 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MK스포츠 DB
앞서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급히 병원으로 이동했다. 진단 결과 뇌하수체에 직경 약 2cm 미만의 작은 선종이 발견됐다. 다행히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밝혀졌다. 몸 상태 회복을 위해 김경문 감독은 3일 퇴원해 휴식을 취하다가 5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전격 복귀했다. 퇴원은 했지만, 아직까지 몸 상태는 온전치 않다.
감독들의 건강 문제는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다. 감독은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감독이 건강문제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선수단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작고, 큰 건강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일주일에 6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까지, 그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는 감독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IA타이거즈 김기태 감독도 한 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고생 중이다. 한 감독 출신 야구인은 “연패에 빠지는 경우에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 역대 감독 이탈 사례로 본 건강 문제
사실 감독의 건강문제는 올 시즌에만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건강문제로 낙마한 감독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재임 중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故 김명성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다. 김 감독은 한창 순위싸움을 벌이던 2001년 7월24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김 감독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롯데 분위기도 어수선해졌고, 롯데 암흑기의 시작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997년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았던 백인천 감독도 건강문제로 중도하차했다. 당시 백 감독의 건강 문제로 삼성은 두 차례나 조창수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에 세웠다. 그해 6월28일 백인천 감독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몸을 추슬러 복귀했지만 결국 9월2일 LG와의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몸이 좋지 않아 귀가했고, 더블헤더 2차전부터 다시 조창수 코치가 감독대행이 됐다. 결국 백 감독은 퇴진했고, 조창수 대행이 선수들을 이끌고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다.
1999년 한화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희수 감독은 그해 중반부터 귀 뒷부분에 자라기 시작한 종양 때문에 결국 이듬해 수술을 받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재계약 하지 못했다. 2004년 한화에 부임한 김인식 감독도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감독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따랐지만, 2005시즌 정상적으로 팀을 이끈 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4강으로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김성근 전 한화 감독도 허리 디스크 수술 때문에 15일간 자리를 비웠다. 70대 중반이라는 고령에 결국 허리가 탈이 난 것이었다.
경북고와 한일은행 시절 전설적인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임신근 전 쌍방울 코치도 감독대행을 맡고 있던 1991년 9월17일 전주 OB전을 앞두고 구단버스 안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열혈남아’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201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 사령탑 시절 요추의 추간판 헤르니아와 흉추의 황색 인대골화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직전 해 라쿠텐을 창단 첫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호시노 감독도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몸 상태가 악화돼고 말았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 뒤편에 누워 있어야만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결국 수술을 받고 2개월 가량 팀을 떠나 있던 호시노 감독은 그해 정규시즌이 끝난 뒤 감독은퇴를 선언했다.
뇌하수체 선종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NC 김경문 감독. 지난 8일 인천 SK전에서 1600경기를 출장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감독들의 직업병?
감독들을 위협하는 건강문제는 결국 스트레스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 팀은 좋은대로, 안 좋은 팀은 안 좋은대로 힘들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연패에 빠지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팀의 감독이라도 압박감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치고 올라오는 팀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감독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그렇다고 감독들이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도 시간도 마땅치 않다. 휴식일이 매주 월요일 고정이기에 제대로 쉴 수도 없다. 쉬는 날에도 이어지는 시즌 일정에 대한 전체적인 전략을 짜고, 고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혼자 술을 마시거나 줄담배로 잠시 승부의 세계를 잊는 게 전부다.
감독들의 잇따른 병원행으로 새삼 감독들의 건강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감독들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