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의 홈스틸…‘3연패’ SK, 초상집 분위기 됐다 [현장스케치]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28일 오후 9시를 지난 잠실야구장 1루와 3루 관중석은 희비가 엇갈렸다. 홈팀 두산 베어스 쪽인 1루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원정팀 SK와이번스 쪽인 3루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상황은 순식간이었다. 두산이 3-2로 앞선 8회말이었다. SK는 4번째 투수 좌완 신재웅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는 최주환. 최주환은 볼넷을 골라 1루로 출루했다. 그러자 두산은 대주자 오재원을 기용했다.

이어 박세혁의 희생번트와 허경민의 볼넷, 정진호의 짧은 우전안타로 두산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두산으로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SK로서는 무조건 막아야 9회초 공격에서 동점이나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여기서 SK는 투수를 박민호로 교체했다. 박민호는 후속타자 김재호를 삼진으로 잡고 한숨 돌리는 듯했다. 상황은 2사 만루. 타석에는 신성현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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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는 3구째까지 신성현과 볼카운트 2-1로 불리했다. 그러다 4구째 헛스윙을 유도해 2-2를 만들었다. 그 때 사건(?)이 벌어졌다. 포수가 던져준 공을 받은 투수 박민호가 마운드에서 모자를 만지고 로진백을 잡으려는 순간, 3루주자 오재원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홈으로 내달렸다. 놀란 박민호가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슬라이딩한 오재원의 발은 이미 홈플레이트를 지나갔다. 더구나 공도 뒤로 빠져 주자들도 한 베이스씩 더 갔다. 오재원의 단독 홈스틸이었다. 인플레이 상황이라 주심은 세이프 시그널을 냈다. 오재원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KBO리그 통산 37번째이자 두산 구단 통산 3번째 단독 홈스틸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오재원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에 점수는 4-2가 됐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두산 더그아웃도 난리가 났다. 반면 SK 더그아웃은 가라앉았다. 염경엽 SK 감독은 고개를 돌렸다. 흡사 초상집 분위기와도 같았다.

전날(27일)에도 두산에 도루를 5개나 허용한 SK다. 도루 허용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이날 SK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주루에 나섰다. 5번타순에 배치되던 고종욱이 2번으로 올라왔다. 염 감독은 “타선의 흐름이 끊겨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1회 상대 2루수 실책으로 1루에서 세이프가 된 고종욱은 2루 도루와 두산 포수 박세혁의 송구 실책까지 유도하며 3루를 밟았다. SK의 복수극이었다. 고종욱은 최정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는 적시타를 때린 고종욱이 다시 2루를 훔쳤다. 두산 발야구에 SK의 설욕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두산도 5회 류지혁의 도루 성공에 이어 시동을 걸었다. 0-2로 뒤지던 5회에는 다섯 타자 연속 안타로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발이 화룡점정이었다. 바로 오재원의 홈스틸이었다. 오재원은 경기 후 “1점 더 득점하고 싶어서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며 “1아웃일 땐 좀 무모한 것 같아서 기회를 더 엿보다가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과감하게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꼭 점수를 내야 할 때 선수들이 집중력 발휘했다”며 “특히 마지막 기회에서 주루 센스가 가장 뛰어난 주장 오재원의 홈스틸이 결정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선두를 질주 중이던 SK로서는 충격이 컸다. 이틀 연속 두산의 발에 농락당한 셈이다. 특히 오재원의 홈스틸은 무방비 상태였다. 정확히 넋이 나갔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거저 점수를 준 모양새였다. 그만큼 선수들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3연패에 빠지며 2위 두산과의 승차도 4.5경기 차로 좁혀졌다. SK관계자는 “(두산과의 2연패로)잃은 게 많다. 내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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