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텍사스에서 주전 외야수로 뛰고 있는 추신수가 시즌을 마친 뒤 댈러스 현지 한인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단장에게 류현진 영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LA다저스 전담 리포터인 데이빗 배세가 구단 주관 방송 '스포츠넷LA'에 출연한 자리에서 "텍사스가 류현진의 거의 모든 선발 등판에 스카웃을 파견했다"며 텍사스가 류현진의 영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텍사스는 류현진과 인적 연결 고리가 있는 팀이다. 한국인 선수인 추신수가 뒤고 있고, 다저스에서 코치로 함께한 크리스 우드워드가 감독을 맡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팀에 있다. 레인저스가 연고로 하고 있는 댈러스 지역이 비교적 대규모의 한인 사회를 갖고 있다는 것도 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적 연결 고리가 언제든 통하는 것은 아니다. 다르빗슈 유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다르빗슈가 FA 시장에 나왔을 당시, 텍사스에서 그와 함께했던 테드 레빈 부단장이 단장으로 취임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됐다. 그러나 그는 6년 1억 2600만 달러를 제시한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류현진의 계약에는 인적 연결 고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국은 돈이고, 이것은 그 팀이 얼마나 간절히 선발 투수를 보강할 의지가 있는지와 연결돼 있을 것이다.
텍사스, 전력 보강 의지 있는가?
앞서 잠시 언급했던 텍사스를 보자. 텍사스는 다음 시즌 선발 투수로 3년 28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마이크 마이너와 3년 3000만 달러 계약의 두 번째 해를 보낸 랜스 린, 두 명이 준비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모두 빈자리다.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유망주들은 많다.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만 나열해도 좌완은 브록 버크, 조 팔럼보, 콜비 알라드, 요안더 멘데스가 있고 우완은 조너던 에르난데스, 아리엘 후라도가 있다. 특히 좌완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이들이 당장 빅리그에서 붙박이 선발로 뛸 수 있느냐다. 'MLB.com'은 텍사스가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선발 투수를 언급하며 "구단이 이 젊은 선수들이 시즌 개막을 로테이션에서 맞이할 수 있을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들은 린과 마이너, 둘과 함께 선발진을 이끌 증명된 선발이 "최소 두 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시즌 나란히 200이닝 200탈삼진을 채운 마이너와 린에 검증된 선발이 추가로 합류한다면, 텍사스에게는 분명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도중 있던 선발도 팔려고 했던 텍사스다. 사진=ⓒAFPBBNews = News1
선발 보강에 얼마나 공격적인 투자를 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에도 이들은 빅리그에서 활약이 검증된 선발을 여럿 데려왔다. 셸비 밀러, 에딘슨 볼케즈, 드루 스마일리가 그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토미 존 수술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시즌이었다는 점. 이들 모두 선발 투수로 정착하는데 실패했다. 밀러와 스마일리는 시즌 도중 팀을 떠났고, 볼케즈는 9월에 불펜 투수로 돌아왔다.
이들의 투자 의지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장면은 또 있었다. 5할 승률 위를 맴돌고 있던 7월초 뜬금없이 선발 마이너의 이적 루머가 터졌다. 결국 텍사스는 마이너를 지켰지만, 그 루머가 터진 이후 텍사스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2015시즌 도중 콜 해멀스를 영입했던 이들은 이후 다르빗슈 유(2017), 해멀스(2018)를 연이어 시즌 도중 팔아치웠고, 2019년에는 에이스의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등 꾸준히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텍사스를 류현진 영입 후보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이디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 시절 단장으로서 류현진의 모습을 지켜봤던 파한 자이디는 2019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을 맡고 있다. 류현진과 또 다른 인적 연결 고리가 있는 팀이다.
자이디는 다저스 단장으로 부임한 지난 2015년 2월 류현진을 "상위 10~20위권의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그해 어깨 부상이 심해지면서 단장의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자이디가 다저스 단장으로 부임한 이후 2년간 본 류현진의 모습은 분명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부상을 딛고 일어났고, 지난 2년간 자신이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를 보여줬다. 자이디는 같은 편, 상대 편에서 류현진의 모습을 분명히 지켜봤을 것이다.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다저스 단장 시절부터 류현진을 지켜봐왔다. 사진=ⓒAFPBBNews = News1
샌프란시스코는 6년 1억 3000만 달러 계약의 다섯 번째 해를 보낼 조니 쿠에토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를 보낼 제프 사마자가 선발진을 지키고 있다. 매디슨 범가너는 FA 자격을 얻는다. 여기에 타일러 비드, 데릭 로드리게스, 로건 웹, 숀 앤더슨 등 지난 시즌 선발로 나왔던 젊은 투수들이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이들 중 비드나 웹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어려운 해를 보냈다.
이들은 먼저 범가너와 재계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여름 숱한 트레이드 루머에도 그를 지켰던 자이언츠다. 재계약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그를 대신할 대체자를 구해야한다. MLB.com은 자이언츠가 범가너와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게릿 콜이나 댈러스 카이클, 류현진과 같은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팅리가 생명연장한 마이애미, 선발 투자할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다저스 감독이었던 돈 매팅리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를 이끌고 있다. 메이저리그판 '감독들의 무덤'인 그곳에서 재임 기간 도중 구단주가 바뀌는 악재를 맞이했음에도 그는 감독 계약 연장을 따냈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매팅리와 그곳에서 재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마이애미는 데릭 지터가 새 구단주가 된 이후 고액 연봉 선수들을 대거 이적시키면서 팀을 갈아엎었다. 다음 시즌 예상 연봉 총액은 7340만 달러다. 돈을 너무 안써서 문제다. 한 번쯤 지를 때도 됐다.
마이애미는 첸웨인에게 5년간 8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성공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를 때 지르더라도 선발 투수에는 돈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선발이 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은 생각보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샌디 알칸타라, 케일럽 스미스, 파블로 로페즈 등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여기에 식스토 산체스, 에드워드 카브레라 등 유망주들이 대기중이다.
선발에 돈을 안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좌완 첸웨인과 5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4년간 13승 19패 평균자책점 5.10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2017년에는 부상으로 9경기 등판에 그쳤고, 2019시즌은 아예 불펜으로 뛰었다. 악랄할 정도로 선수단을 쳐냈던 새 구단주도 다른 팀에 팔지 못한 선수가 바로 첸웨인이다. 이들이 부상 경력 있는 30대 투수를 위해 지갑을 열 가능성은 그리 높지않다.
샌디에이고의 '숨은 연결 고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류현진과 연결 고리가 있는 팀이다. 다저스 스카우팅 디렉터로 류현진을 직접 관찰했던 로건 화이트가 현재 파드레스 단장 특별 보좌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배인 박찬호가 특별 보좌로 있는 팀이기도 하다. 홍성흔 코치도 마이너리그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선수는 없었지만, 한국과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은 팀이다.
그리고 이들은 선발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크리스 패댁이라는 보석을 발굴했지만, 나머지는 가능성만 봤다. 지난 시즌만 보면 패댁과 조이 루케시, 에릭 라우어 세 명만이 26경기 이상 선발로 나왔다. 부상에서 돌아온 디넬슨 라멧, 가렛 리처즈가 합류한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 A.J. 프렐러 단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떤 선발 투수에 대해서든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발 영입을 위해 돈을 쓰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 매니 마차도와 10년간 3억 달러에 계약했다. 이 계약이 낭비라는 놀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마운드의 수준도 끌어올리는 일이 필요하다. 불펜에는 커비 예이츠를 발견했다. 선발진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