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상식 파괴, 마무리가 가장 구위 좋은 불펜 아니다

MK스포츠(잠실)=정철우 전문기자

불펜 구성은 삼각형 구도로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팀 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선수를 꼭지점으로 먼저 마무리로 정하고 나머지 자리들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상식이다.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경기의 마지막을 맡기는 것이다. 꼭 공이 빨라야 할 필요는 없다. 가장 믿을만한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김강률(오른쪽)이 4일 잠실 KIA전서 마무리에 성공한 뒤 포수 박세혀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MK스포츠(잠실)=천정환 기자
김강률(오른쪽)이 4일 잠실 KIA전서 마무리에 성공한 뒤 포수 박세혀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MK스포츠(잠실)=천정환 기자
그만큼 각 팀에선 마무리 투수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잘 끌어 온 경기를 마지막에 놓치게 되면 타격이 몇 배로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 좋은 불펜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최대한 아껴 사용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두산은 다르다.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는 경기 중.후반 고비에서 쓰고 마무리는 그 다음 선수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두산 마무리는 김강률이다. 떨어졌던 구속이 많이 향상되며 구위가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두산의 1번 불펜 투수는 아니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투수는 박치국이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치국을 마무리로 쓰지 않기로 했다.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고비를 넘기는 투수로 박치국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우리 불펜에서 지금 가장 좋은 투수는 박치국이다. 하지만 박치국을 마무리로 쓰진 않겠다. 경기 중.후반에 승부처가 왔을 때 막아내는 역할을 맡길 것이다. 가장 힘들 때 박치국으로 고비를 막아낼 것이다. 김강률을 마무리로 생각한다. 사실 김강률과 이승진이 모두 앞에서 던지면 편하게 잘 던지는데 뒤에 가면 조금 그렇다. 마무리라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나이가 있는 강률이가 뒤로 가는 게 괜찮을 것 같아서 출발은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마무리 투수의 고단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현재 선택이 베스트가 아님을 인정했다.

하지만 필승조가 다소 헐거운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경기 중 승부처에서 쓰고 마무리는 김강률에게 맡기는 것이 현재 두산 불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름 이해가 되는 전략이다. 어차리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흐름을 내줘 버리면 마무리는 쓸 수 없게 된다.

불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은 선수를 경기 중에 쓰고 9회는 다음 투수에게 맡기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히기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일단은 박이국이 기대만큼의 공을 던져야 한다. 박치국이 지치거나 흔들려 버리면 이 전략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

김강률이 9회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도 필요하다. 9회는 모든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8회까지 잘 던지던 투수도 9회가 되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무리는 결코 쉬운 보직이 아니다.

마무리 쪽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면 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점수를 더 뽑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타격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강률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한다. 김강률이 9회에 자꾸 흔들리게 되면 결국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를 마무리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최강의 믿을맨을 마무리로 쓰지 않는 파격을 선택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불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어차피 이기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 마무리다. 김태형 감독은 다소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더라도 일단 이기고 있는 것에 비중을 둔 선택을 했다.

일단 4일 잠실 KIA전서는 이 전략이 통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박치국을 투입해 KIA가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이후 역전에 성공한 뒤 9회를 김강률에게 맡겨 경기를 매조졌다.

과연 상식을 파괴한 두산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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