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한유섬’ 쫓던 유강남 착각, 1위 노린 LG는 망연자실 ‘4위’ [현장스케치]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왜 아웃된 주자를 쫓아갔을까. LG트윈스 모든 선수들은 귀신에 홀린 듯했다. 아니, 일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LG가 안방마님 유강남(29)의 착각에 공동 1위까지 노려볼 수 있던 상황에서 4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LG가 황당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전에서 9회말 손호영의 끝내기 실책으로 5-6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LG는 2연패에 빠지면서 22승 18패로 공동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만약 이날 경기를 이겼다면, 역시 이날 KIA타이거즈를 이긴 삼성 라이온즈와 23승 17패가 되면서 공동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2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경기에서 SSG가 9회말 추신수의 극적인 끝내기 득점으로 6-5 승리를 거뒀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SSG 이재원의 3루 땅볼때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추신수가 LG 끝내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2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경기에서 SSG가 9회말 추신수의 극적인 끝내기 득점으로 6-5 승리를 거뒀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SSG 이재원의 3루 땅볼때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추신수가 LG 끝내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아쉬운 패배이지만, 수비를 하던 LG 선수들이 얼어버린 끝내기 패배였다. LG는 2-4로 뒤지던 9회초 이천웅의 동점 투런포-김현수의 역전 솔로포, 연속타자 홈런으로 짜릿한 5-4 역전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9회말 마무리 고우석이 흔들렸다. 1사 후 연속안타에 이어 볼넷을 허용한 고우석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박성한과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 볼넷으로 5-5 동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1사 만루위기. SSG가 득점하면 경기는 끝나는 LG에게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여기서 고우석은 타석에 있던 이재원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LG 3루수 문보경은 강한 타구를 잡아 바로 3루를 찍었다. 2아웃, 그리고 3루주자 추신수가 홈으로 뛰자 포수 유강남에게 송구했다. 유강남은 3루로 귀루하는 추신수를 쫓았다. 2아웃은 3루로 뛰어야 할 2루주자 한유섬에 대한 아웃이었다. 추신수는 태그아웃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유강남은 추신수가 3루로 다 갈때까지 3루쪽으로 공을 던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 이미 아웃된 한유섬도 착각했는지 3루로 와있었다. 그러다 유강남은 한유섬이 2루로 귀루하자 갑자기 한유섬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추신수가 천천히 홈쪽으로 뛰었다. 그러자 유강남은 3루에 있던 유격수 손호영에게 공을 던졌다. 추신수는 3루쪽을 바라보면서 홈을 뛰었다. 홈에는 투수 고우석과 3루수 문보경, 1루수 김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손호영은 멀뚱멀뚱 서있었고, 추신수는 산책하듯이 홈을 찍었다.

심판들은 모두 세이프 선언을 했다. SSG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경기는 끝났다. 그러나 유강남을 비롯한 LG 선수들이 심판들에게 항의를 시작했다.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뛰쳐나와 어필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느린 그림을 보고, 찬찬히 뜯어보면 추신수의 득점이 인정되는 게 맞다. 문보경이 이재원의 타구를 잡고 3루를 찍는 순간 아웃이다. 만루 상황이라 2루주자 한유섬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추신수는 태그 아웃시켜야 한다. 추신수가 3루로 다 갈 동안 포수 유강남은 추신수를 태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유강남은 한유섬을 태그하려 했을까. 이는 상황을 착각했다고 볼 수 없는 행동이다. 그래도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은 건 처음에 문보경의 송구를 받고 3루로 돌아가는 추신수를 쫓아간 부분이다. 1사 만루라는 사실 자체를 착각하지 않고서는 해석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기록은 가장 마지막에 공을 들고 있다가 홈으로 송구하지 않은 유격수 손호영의 끝내기 실책이 됐다. 올 시즌 첫 끝내기 실책이다. 하지만 죽은 한유섬을 쫓아가던 유강남의 행동이 실책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물론 아웃되고 나서 주루를 한 한유섬을 두고 기만행위라고 문제제기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유섬의 행위가 공식 야구규칙 6.01 (a) (5)항 [원주]의 설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식 야구규칙 ‘6.01(방해, 업스트럭션) (a) 타자 또는 주자에 의한 방해 (5) 아웃이 선고된 직후의 타자 또는 주자가 다른 주자에 대한 야수의 플레이를 저지하거나 방해하였을 경우 그 주자는 동료선수가 상대 수비를 방해한 것에 의하여 아웃이 된다’고 돼있고, ‘[원주]에는 타자 또는 주자가 아웃된 후 계속 뛰더라도 그 행위만으로는 야수를 혼란시키거나 방해하거나 가로막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2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경기에서 SSG가 9회말 추신수의 극적인 끝내기 득점으로 6-5 승리를 거뒀다. 9회말 1사 만루 SSG 이재원의 3루 땅볼때 치명적인 실책으로 패배를 당한 LG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2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경기에서 SSG가 9회말 추신수의 극적인 끝내기 득점으로 6-5 승리를 거뒀다. 9회말 1사 만루 SSG 이재원의 3루 땅볼때 치명적인 실책으로 패배를 당한 LG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어쨌든 태그 아웃이냐 포스 아웃이냐부터 착각한 게 끝내기 패배라는 화를 불렀다. 물론 사람인지 착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뼈 아픈 ‘본헤드 플레이’가 됐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첫 '산책 주루'로 끝내기 득점을 만든 추신수는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평생 해왔던 플레이에서도 실수가 나온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스 러닝을 하는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플레이했다”며 “이런 장면이 잘 안나오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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