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구위 다 잡은 임찬규, 해답은 팔 위치에 있다 [정민태의 Pi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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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 LG 트윈스-kt 위즈의 경기는 1, 2위팀의 맞대결답게 수준 높은 투수전이 펼쳐졌다. 양 팀 투수들이 나란히 좋은 공을 던지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가장 눈에 띈 건 LG 선발투수 임찬규(29)였다. 6⅓이닝 무실점과 함께 말 그대로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다. 전반기 좋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투구 시 팔의 위치가 머리 가까이에 잘 붙어 나왔다. 공을 힘 있게 앞까지 끌고 나와 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구 스피드도 4-5km 이상 향상됐는데 이 부분 역시 팔의 위치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145km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투구 밸런스가 깨지는 날에는 스피드가 전혀 안 나온다. 임찬규도 구속이 안 나오고 제구도 흔들릴 때는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공을 억지로 앞쪽에 놓고 던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경기는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

지난 1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6.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LG 트윈스 임찬규. 사진=MK스포츠 DB
지난 1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6.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LG 트윈스 임찬규. 사진=MK스포츠 DB
경기 중 직구 스피드가 140km 초반대에 그치더라도 공이 끝까지 살아서 포수 미트로 들어갔다. 과감한 몸 쪽 승부와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구종을 적절히 활용했다. 네 가지 구종의 스피드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면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투수는 이렇게 자신이 가진 구종을 활용해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임찬규는 이날 경기처럼 팔의 스로잉이 머리 쪽에서 붙어 나와야만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 kt 타자들을 상대했던 느낌과 투구 밸런스를 머릿속에 잘 입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선두 경쟁 중인 LG로서도 임찬규의 존재가 큰 힘이 될 것 같다.

정우영(22)도 LG가 1-0으로 승리하는데 상당히 큰 역할을 해줬다. 실점 위기 때마다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범타로 이닝을 끝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LG 마무리 고우석(23)은 지난 17일 경기 블론 세이브 때와는 다르게 좋은 밸런스 속에 경기를 잘 매듭지었다. 하지만 항상 이날 경기처럼 완벽한 컨디션, 몸 상태로만 공을 던지기는 어렵다. 필자가 늘 고우석에게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빠른 공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직구 구위는 매우 훌륭하지만 아직 확실한 변화구를 갖추지 못했다. 이 부분이 최전성기 때 오승환(39, 삼성 라이온즈)과의 가장 큰 차이다.

변화구로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데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10개 중 8개를 스트라이크로 넣고 유인구로 떨어뜨릴 수 있어야 한다. 고우석이 부진할 때 경기를 지켜보면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자들이 직구 하나만 노리고 들어와 공략 당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구의 완성도와 제구력을 높여야만 더 완벽한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

kt 선발투수 소형준(20)도 임찬규 못지않게 호투를 펼쳤다. 자신의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상당했다. 체인지업, 커브, 컷 패스트볼의 제구도 잘 이뤄졌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다만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살기 위해서는 포심의 비중을 높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소형준은 이날 포수가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할 때도 투심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포심을 적절히 섞어줘야만 타자에게 더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린 투수인 만큼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구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6회초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교체된 부분이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벤치와 감독의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려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 부분에만 집중해야 한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kt 박시영(32)도 빛났다. 가장 돋보인 구종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는데 이날 경기 같은 슬라이더를 계속 던질 수 있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과거 현대에서 뛰었던 김수경(42, 현 NC 코치)의 날카로웠던 슬라이더와 비견될 만한 공이었다. kt가 선두 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박시영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아쉬웠던 투수는 김재윤(31)이다. 9회초 선두타자 서건창(32)에게 2루타를 맞았는데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스플리터가 밋밋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 경기 상황상 스플리터를 던질 거라면 숏바운드 성으로 확실하게 떨어뜨리면서 타자의 방망이를 유인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실투가 되면서 장타를 허용했다.

다만 2루타 이후 김현수(33)에게 맞은 적시타는 타자가 잘 친 부분이다. 김재윤이 실점 이후 타자들과 빠른 승부를 통해 아웃 카운트를 늘려간 부분은 보기 좋았다. 서건창에게 맞은 스플리터 실투 하나의 아쉬움을 김재윤이 잘 기억하길 바란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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