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가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강렬한 레드 드레스로 여우주연상 후보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1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46회 청룡영화상이 열린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다양한 후보작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시상식은 지난해에 이어 한지민·이제훈이 공동 MC를 맡아 안정적인 진행을 예고했다.
여우주연상 부문에는 손예진(‘어쩔수가없다’), 송혜교(‘검은 수녀들’), 이재인(‘하이파이브’), 이혜영(‘파과’), 임윤아(‘악마가 이사왔다’)가 경쟁에 나섰다. 쟁쟁한 이름 사이에서 임윤아는 레드카펫 첫 등장부터 ‘오늘 진짜 한 번 노려보겠다’는 듯한 강한 색감을 꺼내 들었다.
이날 임윤아가 선택한 것은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스트랩리스 레드 롱 드레스였다. 어깨선을 매끈하게 드러내는 튜브톱 디자인에 상체 전체를 감싸는 셔링 디테일이 더해져 자연스러운 볼륨과 곡선을 만들었다. 가슴 중앙에는 큼직한 레드 플라워 장식이 자리해 포인트를 더했고, 그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 드레이프 장식이 치맛자락까지 이어지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렸다. 별다른 컷아웃이나 슬릿 없이도 시선을 사로잡는 구조라, 레드라는 색 자체의 힘을 극대화한 선택이다.
헤어스타일은 의도적으로 힘을 뺀 내추럴 롱 헤어였다. 어깨 아래로 가볍게 떨어지는 일자 실루엣에 은은한 볼륨만 더해 청순한 이미지를 유지했고, 앞머리를 양쪽으로 살짝 넘겨 이마와 얼굴 윤곽을 드러냈다. 옆모습에서는 몇 가닥의 잔머리가 살짝 흘러내리며 부드러운 인상을 더했다. 강렬한 드레스와 대비되는 담백한 헤어 연출 덕분에, ‘아이돌 윤아’가 아닌 ‘배우 임윤아’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살아났다.
메이크업은 깨끗한 피부 표현이 중심이었다. 화이트 조명을 받는 레드카펫 특성에 맞춰 광을 살린 베이스 위에 코랄 톤의 블러셔로 혈색을 더하고, 눈가는 진한 스모키 대신 또렷한 라인과 속눈썹으로만 힘을 줘 깔끔하게 정리했다. 여기에 살짝 물든 듯한 핑크 립으로 마무리해, 레드 드레스와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얼굴에 집중하게 만드는 조합을 완성했다. 길게 떨어지는 드롭 이어링과 손가락에 끼운 링 정도로만 액세서리를 최소화한 것도, 오늘의 승부수를 ‘레드 드레스 한 벌’에 올인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170cm의 늘씬한 비율도 이번 스타일에서 빛을 발했다. 허리선을 과하게 조이지 않는 대신 상체 전체를 감싸는 구조가 슬림한 라인을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바닥을 스치는 롱 기장 스커트가 다리 라인을 끝없이 이어 보이게 만들었다. 레드카펫을 걸으며 치맛자락을 살짝 손에 쥐고 조심스레 움직이는 순간들에서는 오랜 시상식 경험에서 나온 여유와, 동시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선 무대에 대한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2007년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으로 연기를 시작한 임윤아는 어느덧 18년 차를 맞은 베테랑이 됐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대중에게 각인된 뒤에도 드라마와 영화 주연을 꾸준히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만큼, 이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은 그간의 행보를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시점에서 내놓은 강렬한 레드 드레스 선택은, 우연이라기보다 “오늘만큼은 배우 임윤아로 기억되고 싶다”는 메시지에 가까운 승부수처럼 보인다.
트로피의 향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레드카펫에서만큼은 이미 자신만의 한 수를 둔 셈이다. 18년 차 배우가 청룡에서 꺼내 든 레드 드레스 승부수가 이번 시상식 이후 그의 커리어에 어떤 새로운 장을 더하게 될지, 임윤아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