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 성적을 점수로 매긴다면 30점이다. 100점을 채울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고 귀국한 김혜성(LA 다저스)이 앞으로 더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혜성은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017년 2차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은 김혜성은 우투좌타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다. KBO리그 통산 953경기에서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211도루 출루율 0.364를 기록했다.
이후 김혜성은 2024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해 1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손을 잡았다.
미국 무대 첫 해였던만큼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다행히 5월 빅리그에 콜업됐고, 71경기에서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13도루를 적어냈다. 정규리그 종료 후에는 당당히 포스트시즌 및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혜성은 “긴 1년이었다. 재미있었다.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왔다”며 “올 시즌 내 성적을 점수로 매긴다면 30점 정도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다. 모든 부분에서 보완해야 한다. 아직 나아질 점이 많기 때문에 잘 메워서 100점을 채울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에 대해서는 “재미있었다. 꿈의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좋았다”며 “(다저스가) 월드시리즈까지 갈 수 있는 팀이라 생각했다. 내가 잘해 월드시리즈에 출전해야 한다 다짐했다. 월드시리즈 출전은 한국 선수로는 드문 기록이기에 의미 있었다. 우승은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격돌한 월드시리즈 7차전 막판에는 대수비로 출격, 다저스의 우승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는 상황이었지만, 준비는 계속하고 있었다. 준비한 상황이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베이스 근처 땅볼이 날아왔는데, 무키 베츠가 직접 베이스를 밟고 던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빠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드시리즈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초조함은 없었다. 모든 야구 선수가 다 경기에 나갈 순 없다. 백업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되는 이유가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내 역할은 백업이었다”고 전했다.
분명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수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김혜성의 두 손은 굳은살로 가득했다.
그는 “(KBO리그와 비교했을 때 빅리그는) 이동이 매우 힘들다. 투수들의 공도 다 빠르다. 심하게 변화하는 공도 많다”며 플래툰 시스템으로 제한적인 출전 기회만 받았다는 취재진의 발언에는 “기용에 관해 실망한 적은 없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덤덤히 털어놨다.
더불어 “(내년 시즌 목표는) 항상 같다. 올해의 나보다 잘하는 것이다. 부상 없이 1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올 시즌 시작을 마이너리그에서 했다. 마이너리그부터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내년엔 1년 내내 MLB에서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년 3월에는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펼쳐진다. 김혜성은 “항상 (대표팀을) 준비한다. 평소처럼 열심히 준비하겠다. 국가대표로 WBC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표팀에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며 “(류지현 대표팀 감독님이 미국 현지에 오셔서) 몸 상태를 물어보셨다. 대표팀 구상에 관해서도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옛 소속팀 동료인 송성문(키움)은 현재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다 잘해야 한다. (송)성문이 형은 잘하기 때문에 꼭 원하는 입단 제의를 받길 바란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밖에 강백호(KT위즈) 또한 꾸준히 미국 무대를 응시 중이다. 김혜성은 송성문과 강백호가 빅리그에서 통할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 나도 도전하는 입장이다. 모든 선수가 기회를 받았을 때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꿈을 향해 도전하길 바란다”고 답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한편 이날 입국장 현장에는 뜻밖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구 관계자들 및 팬들에게 ‘고척돔 김 선생’이라 불리는 한 남성이 갑자기 취재진 사이를 뚫고 김혜성 앞으로 다가가 비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친 것. 이 남성은 키움 시절부터 김혜성을 따라다니며 유사한 주장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당황한 김혜성은 인터뷰를 잠시 중단했고, 공항 보안 요원들이 해당 남성을 제지하며 소란을 정리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