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리그에는 외국인 투수들이 이곳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메릴 켈리는 이른바 ‘역수출 신화’의 원조다. 빅리그 경험이 전혀없었던 그는 SK와이번스(現 SSG랜더스)에서 4년간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 이번 시즌까지 7년간 172경기에서 65승 53패 평균자책점 3.77로 꾸준히 활약했다. 2023년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마이크 헤이젠 애리조나 단장은 켈리를 데려온, 다시 말하면 ‘역수출 신화’를 만든 설계자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 현장에서 만난 그는 “켈리는 원래 구위가 좋던 친구였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여기로 돌아왔을 때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커맨드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자신이 발굴한 선수에 대해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 켈리는 그곳(KBO)에서 정말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보낸 4년이 켈리에게는 발전의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의 성공 이후, 몇몇 선수들이 그의 길을 뒤따랐다. 에릭 페디는 2023년 NC다이노스에서 활약을 발판삼아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2024년 NC에서 뛰었던 카일 하트는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의 계약에도 ‘역수출’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켈리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페디는 2024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31경기 나와 평균자책점 3.30으로 선전했지만, 2025시즌 세 팀에서 32경기 나와 평균자책점 5.49로 주춤했다.
하트는 더 아쉬웠다. 샌디에이고에서 20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5.86에 그쳤고 팀 옵션이 거절되면서 다시 FA 시장에 나왔다.
적은 표본이지만, 리그 최고 투수의 빅리그 진출 성적이 가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리그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헤이젠 단장의 생각은 어떨까? “그곳의 환경이 아주 타자 친화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말을 이은 그는 “그런 리그에서 투수로 뛰는 것이 그에게는 단련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켈리는 확실히 처음 여기 있을 때보다 그곳(한국)에 갔다온 뒤 많이 달라져 있었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의 말대로 KBO리그는 타고투저 리그로 악명이 높다. 공인구 반발력 조정 등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투수와 타자의 밸런스 붕괴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헤이젠은 ‘타자와 투수의 밸런스 붕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레노(트리플A) 아마릴로(더블A) 등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에 마이너리그 팀을 두고 있는 다이아몬드백스의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나는 이곳이 항상 우리 투수들에게 힘들어도 좋은 훈련 환경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과는 나쁠지라도 그들이 빅리거가 되기전 좋은 훈련장이 될 수 있다”며 공격적인 리그가 투수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몇몇 선수들이 빅리그 무대를 넘보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는 또 다른 ‘역수출 신화’를 꿈꾸고 있다.
“결국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말을 이은 헤이젠은 “우리는 언제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그곳에 스카웃을 파견하고 있다. 약간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켈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또 다른 ‘역수출 신화’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스베가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