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 스코어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팬들께서 즐겁게 지켜보셨을 것 같다.
양 팀 선발투수들의 피칭도 보기 좋았다. 두산 곽빈이 4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 키움 안우진은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는데 필자가 지금까지 봤던 두 투수의 모습 중 가장 좋은 구위와 밸런스를 보여줬다.
곽빈은 최고구속 152km를 찍은 직구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정규시즌 때보다 모든 부분에서 더 좋아 보였다. 투구 패턴이 단순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날은 스플리터, 슬라이더, 느린 커브를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어놨다.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8회초 무사 1루에서 김혜성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볼넷 3개가 있었지만 앞선 등판들과 비교하면 제구력도 준수했다. 컨트롤을 조금씩 보완하고 날카로운 스플리터에 느린 변화구까지 섞어 던진다면 내년에는 선발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어린 투수가 큰 경기에서 이런 배짱투를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대형 투수의 자질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아쉬웠던 건 홍건희, 이영하, 김강률 세 명이다. 두산은 타자들이 두 차례 동점을 만들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필승조들이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게 패착이 됐다. 경기 중반 이후 실점 과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홍건희는 1⅓이닝을 던지며 볼넷은 없었지만 스스로 볼카운트를 자꾸 불리하게 가져가면서 어려움을 자초했다. 7회초 1실점 때는 제구 불안에 폭투까지 겹치면서 비롯됐다. 150km를 쉽게 던지는 투수가 공격적으로 타자와 맞붙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8회초 올라와 ⅓이닝 2실점으로 무너진 이영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카운트가 몰리면서 존 한복판에 스트라이크를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김강률은 특히 아쉽다. 2-2 동점이던 9회초 2사 후 이용규, 김혜성을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킨 게 이날 두산의 가장 큰 패인이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이정후 앞에 승부처에서 주자 두 명을 모아준 게 문제였다. 이용규의 볼넷 이후 김혜성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승부를 했어야 하는데 결국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이정후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투수가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더라도 카운트가 몰리면 타자가 대처하기가 쉬워진다. 반대로 카운트가 유리하면 적절한 변화구 승부로 타자들 잡기가 수월하다. 특히나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 주자가 없을 때 공격적 투구를 하지 못하면 게임이 꼬일 확률이 높다. 두산 투수들이 이 부분을 꼭 새겼으면 좋겠다.
두산 야수들의 수비도 아쉬웠다. 김재환, 김재호, 장승현의 7회초 플레이는 평소 두산의 물샐틈없는 수비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우진도 특별히 나무랄 데 없는 좋은 피칭을 했다. 특유의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느린 커브, 체인지업을 고르게 던지면서 6회까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잘 막았다. 다만 투구수가 90개를 넘어선 뒤 7회초 키움 벤치에서 실점 전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조상우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회초 팀의 7-4 리드를 지켜낸 뒤 안도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조상우는 팀 승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조상우의 직구는 볼끝이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있어야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직구가 싱커성으로 말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팔 스로잉도 쳐져 나오면서 두산 타자들이 조상우의 빠른 공에 대처가 되는 게 눈에 보였다. 조상우다운 공을 던지지 못했던 건 확실하다. 시즌 중반 마무리에서 중간계투로, 또 마무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깨진 밸런스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것 같다. 타자를 윽박지르며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투수가 아니라 맞춰 잡는 투수로 변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타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전까지 조상우가 등판하면 ‘오늘은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날은 ‘해볼 만하겠다’라는 인식을 가졌을 수 있다. 조상우는 올 시즌이 끝난 후에도 자신의 최상의 구위와 밸런스, 팔 높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