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투수` 없었던 삼성, 볼배합·타이밍·컨디션 다 문제였다 [정민태의 Pitching]
최초입력 2021.11.11 09:30:01
최종수정 2021.11.11 15:44:47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게임이 전개됐다. 치열한 혈투가 펼쳐질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두산의 11-3 압승이었다. 투수력에서 삼성이 우위에 있다는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은 1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정규시즌 때보다 구위, 컨디션이 모두 다 좋지 않아 보였다. 여기에 볼배합에서 두산 타자들에게 완전히 당했다.
백정현이 이날 5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는데 모두 두산 타자들이 밀어 쳐서 만든 타구였다. 우타자는 우익수 쪽으로, 좌타자는 좌익수 방면으로 안타를 때려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백정현이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회말 강판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백정현은 정규시즌에도 몸쪽보다는 바깥쪽 승부 비율이 높다. 두산 타자들이 이 부분을 잘 간파하고 들어왔는데 삼성 배터리가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게임 초반에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쳤다면 대량 실점은 막을 수 있었다. 삼성이 0-3으로 뒤진 2회말 1사 3루에서 원태인을 바로 올리지 않고 최지광을 먼저 투입한 것도 아쉽다. 삼성은 2차전을 지면 끝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태인을 백정현 뒤에 붙여서 추가 실점을 최소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0-3에서 2회말을 마쳤다면 지쳐 있는 두산 투수들을 상대로 게임 중반 추격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초반부터 점수 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원태인 역시 페넌트레이스 때와 비교하면 공의 스피드, 움직임, 제구까지 다 좋지 않았다. 삼성은 백정현, 원태인이 확실한 피칭을 해줘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두 투수 모두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충분한 휴식기간 동안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또 이제는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원태인을 2차전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게 더 괜찮았을 것 같다. 두산 주축 야수들이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의 피칭을 하는 원태인이 먼저 두산 타선을 상대하고 그 뒤에 백정현을 붙이는 게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삼성 투수진은 결정적으로 단기전에서 필요한 '미쳐주는 선수'가 없었다. 두산은 이영하, 홍건희 불펜의 핵심인 두 선수가 이 역할을 완벽히 해줬다. 삼성은 중간에서 확실하게 이닝을 책임져 줄 투수가 나오지 않은 부분이 패인이었다. 플레이오프 2경기는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2015 시즌 이후 가을야구 경험이 없었던 부분도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회초 실점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이영하는 두산이 5-0으로 앞선 3회초 1사 1, 3루에서 등판해 3⅔이닝을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다. 투구 밸런스가 굉장히 좋았고 특유의 높은 타점에서 내리찍는 힘 있는 직구가 인상적이었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변화구의 위력도 한층 더 살아났다. 올 시즌 등판 때마다 기복을 보이면서 고전했는데 후반기 막판 구위를 회복해 뭐라고 더 칭찬할 수 없는 훌륭한 피칭을 해줬다. 이날의 느낌을 잘 기억하길 바란다. 또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에도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년 주축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 이적 등으로 빠져나갔지만 수많은 큰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을 제압했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승부사 기질, 두산 선수들의 집중력이 빚어낸 성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