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출신 골프천재 한국에는 안 나오나 [이종세 칼럼]

학업과 운동 병행하는 시스템 갖춰야 가능한 일
초등학교부터 ‘운동기계’ 만드는 관행 바꿔야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히어로 월드챌린지(바하마 뉴프로비던스 올버니 골프클럽)에서 아깝게 세계남자 골프랭킹 1위 자리를 놓친 콜린 모리카와(24‧미국)는 미국 명문대 UC버클리의 하스경영대학을 졸업한 수재다. 학업도 우수하지만, 골프천재로도 명성이 높다.

일본계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업과 골프를 병행,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다. 그는 PGA투어의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아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학 전공인 경영학을 접목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명문 UC버클리를 졸업한 ‘골프천재’ 콜린 모리카와. 사진=AFPBBNews=News1
지난해 US오픈골프 우승자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323.7야드인 브라이슨 디샘보(28‧미국)는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린다. 텍사스주 서던 메소디스트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골프에 수학과 물리학의 원리를 원용, 자신만의 골프를 구사하는‘괴력의 장타자’다. 이밖에 1994년 브라질 체육부 장관에 임명돼 브라질 축구계의 비리 척결에 앞장선 ‘축구황제’ 펠레(81‧본명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를 비롯하여 ‘카이저(황제)’로 불리며 선수와 지도자로서 독일 축구를 호령했던 프란츠 베켄바워(76), ‘그라운드의 예술가’ 미셀 플라티니(66·프랑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 육상 남자 1500m를 2연패 한 영국의 세바스찬 코(65) 등은 학업과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케이스다.

이들의 성공 가도는 학습권이 보장된 시스템 아래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학창 시절 운동에만 매달리지 않고 학업도 병행, 선수 생활을 끝낸 뒤에도 저명인사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1980년대 박종환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미드필더였던 K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자 이름을 묻자 “쓰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는 K의 잘못이 아니라 그를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기계’로 키운 학사 시스템의 문제다.

교육부, 선수들 학습권 보장…문제점은 보완해야 이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학생 선수들의 대회 및 훈련 참가 일수 축소 검토안은 바람직한 것으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대회와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초등학교(10일) 중학교(15일) 고등학교(30일) 선수들의 결석일을 내년부터 각각 0일, 10일, 20일로 줄일 계획이다. 이어 2023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각각 0일, 고등학교는 10일로 다시 줄여 운동선수들의 학습결손을 최대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중고 학생들은 학기 중 대회 참가는 거의 할 수없고 훈련도 방과 후에나 가능하게 된다. 얼핏 보면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이 보장돼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에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 선수가 중학교에서 학습권을 보장받아도 일반 학생의 학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등, 중등 시절 운동에만 전념했던 고교선수가 일반학생과 경쟁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리카와나 디샘보가 명문대에서 경영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할 수 있었던 것은 초중고 시절을 일반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아래에서 학업에 정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쇠뿔 단숨에 빼듯’ 단기간에 해치우려는 것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초등학교부터 학생과 선수를 구분하지 않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교육부 발표에 반발 한편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와 축구 야구 등 68개 경기단체 연합회,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장 협의회 등 체육단체는 12월 2일 교육부의 대회 및 훈련 일수 축소 검토가 엘리트 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의 붕괴로 이어질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반발했다.

체육인 포럼에서 한국체육현안과 관련, 주제 발표하는 안용규 한국체대 총장. 사진=한국체육인회 제공
이어 한국체육인회(회장 장주호)는 지난 10일 한국체대에서 ‘2021 체육발전을 위한 포럼’을 열고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 선수들의 대회 및 훈련 일수 축소 방침을 성토했다. 이날 안용규 한국체대 총장은 ‘한국 전문체육의 미래 발전 방향 고찰’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교육부의 최근 방침은 주말 대회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습권 명목 아래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체육인 포럼에서 한국체육현안과 관련, 주제 발표하는 조재기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사진=한국체육인회 제공
‘고령화 사회의 체육, 스포츠, 운동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조재기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은 “각급 학교 운동회와 0교시 수업(체조 시간)을 부활해 학교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 회장도 자신의 SNS에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 부정적 견해를 올렸다. 그는 “이 방법만이 최선인가”라면서 “교육부는 한 번이라도 현장의 학부모, 학생 선수들과 심도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나? 스포츠 대회 참여도 중요한 교육의 하나다. 공정한 룰 속에서 존중과 우정 그리고 탁월함을 배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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