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했던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시장도 폐장으로 치닫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FA 계약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FA 선수들은 30대 중반 이상이다. 그 중 거포 박병호(35)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FA 계약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강민호(36)와 삼성 라이온즈의 재계약을 시작으로 손아섭(33)이 NC다이노스로 팀을 옮겼고, 뜨거운 감자였던 양현종(33)도 KIA타이거즈에 남게 됐다.
이제 시장에 남은 FA는 박병호와 더불어 황재균(34) 정훈(34) 허도환(37) 뿐이다. 투수와 외야수는 다 빠졌다. 내야수와 포수 자원만 남았다. B등급인 황재균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C등급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박병호의 호쾌한 안타 장면. 내년에는 어느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설까. 사진=김영구 기자
C등급 중에는 박병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른 C등급 선수들과 ‘이름값’과 ‘업적’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박병호다. 홈런왕도 5차례나 차지했다. 50홈런도 두 번이나 달성했던 장본인이다. 장타력 보강을 노리는 팀이라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자원이다. 더욱이 C등급은 따로 보상선수 규정이 없다. 해당 선수의 당해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금으로 원소속팀에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병호는 보상금 규정 때문에 발목이 잡힌 모양해다. 박병호의 올 시즌 연봉은 15억 원. 박병호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키움에 22억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150%라고는 하지만 거액이다.
아무래도 무게추가 원소속팀인 키움 잔류 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복수구단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 필요한 선수라면 거액의 보상금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박병호의 기량이다. 만으로 35세, 2022시즌에는 만 36세로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다. 더구나 지난 시즌부터 박병호는 에이징 커브를 의심할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부상 등에 시달리며 93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23(309타수 69안타) 21홈런 66타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은 더 초라했다.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409타수 93안타) 20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53명 중 타율 꼴찌다. 항간에서는 “홈런 1개의 값어치가 7500만 원이냐”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 구단 핵심관계자도 “전성기 시절 박병호라면 모를까, 지난해부터 기량 저하가 뚜렷해서 보상금액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며 박병호의 이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단 키움과는 공식적인 협상은 멈춘 상황이다. 물론 구단과 박병호의 에이전시(리코스포츠)는 물밑에서 조건을 맞추고 있다. 고형욱 단장은 24일 ‘MK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병호 측과) 내년 1월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해서, 연락을 끊은 건 아니다. 최근까지도 에이전트랑 전화로 얘기를 계속 나누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협상에 대해 얘기하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물론 구단과 선수 측이 생각하는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리코스포츠는 프로야구 에이전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클라이언트들도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다. 이번 FA시장에서도 김현수(33·LG트윈스), 김재환(33·두산 베어스), 박건우(31·NC)가 총액 100억 원 이상 계약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리코스포츠 소속 FA 선수 중 유일하게 미계약 상태다. 좌완 백정현(34)은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 도장을 찍었다.
FA 시장이 폐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박병호가 계약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남은 FA 선수들의 계약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박병호의 상황은 조금 특수할 수 있다. 원소속팀 키움의 경우에는 지난 2년 간 기대치에 못미친 활약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타구단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박병호 협상도 탄력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느냐, 떠나느냐, 박병호의 거취는 1월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