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아름답고 슬픈 위대한 서사극 [김대호의 옛날영화]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끝없이 펼쳐진 우랄산맥의 흰 눈을 가르며 질주하는 증기 기관차,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유리아틴의 들녘 그리고 라라를 뒤쫓다 광장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지바고.

러시아 전통 악기 발랄라이카의 선율로 흐르는 모리스 자르의 ‘라라의 테마.’ 지금도 눈을 감으면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는 원작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문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1956년 발표한 동명 장편 소설로 1905년부터 1921년까지의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 지바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지만 소련 정부의 압박으로 파스테르나크는 수상을 거부한다. 영화 또한 1994년이 돼서야 러시아에서 첫 상영이 이뤄졌다.

지바고와 라라의 슬픈 사랑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더한다.
8세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가 그로메코家에 입양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스산한 겨울, 낙엽들이 나뒹구는 황량한 들판에서 지바고 엄마의 장례식이 열린다. 영화는 흙 속에 묻힌 관속의 시신을 보여 준다. 음울하고 비극적인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정의롭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지만 나약한 지바고. 그는 러시아혁명의 현실 앞에서 선택을 보류한 채 고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사이 그의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여자. 한 명은 그로메코家의 고명딸 토냐(제랄딘 채플린-찰리 채플린의 딸)이고 다른 한 명은 운명처럼 다가온 라라(줄리 크리스티). 지바고는 급변하는 시대 상황 처럼 둘 사이를 방황한다.



하지만 지바고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은 라라였다. 세월이 흘러 초췌하게 병든 지바고가 전차에서 라라를 발견으로 뛰어내리지만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마는데....

지바고 이복동생 예브그라프 장군(알렉 기네스)은 형이 죽은 뒤 지바고와 라라의 사이에 남겨진 딸을 찾는다.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려 나가는 조카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웃는 예브그라프 장군. 조카 딸의 어깨에는 오래 전 지바고 엄마가 연주하던 발랄라이카가 얹혀 있었다. 극장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영화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각색 촬영 미술 의상 음악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대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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