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투수전이 펼쳐진 끝에 SSG 랜더스가 3-1로 삼성 라이온즈에 승리한 10일 대구 경기를 지켜봤다.
이태양은 SSG로 이적한 이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갔는데 10일 선발투수로 던지는 걸 보니, 선발로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이태양은 긴 이닝을 던지면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과거 한화에서 코치로 재직하던 때도 그런 상황을 많이 목격했었다.
하지만 10일 이태양은 6회까지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닝별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가장 안정적인 내용이었다.
6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을 했다. 하지만 1실점도 (투수 맞고 나온 2루수 내야 안타) 줄 점수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볼배합이 환상적이었다. 포수 리드와 투수-포수간 배터리 호흡도 매우 좋았다. 이태양이 강점인 스플리터를 중요한 순간마다 잘 던지고, 강약조절로 타자들을 공략하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 그런면에서 상당히 발전한 게 보였다. 포심패스트볼을 높은 코스 유인구로 던지면서 느린 커브와 떨어지는 포크볼로 범타를 유도했는데, 이런 조합이 병살타와 땅볼을 끌어내는데도 효과적이었다. 또 이태양이 굉장히 오랜만에 삼성을 상대로 승리했는데 그런 점을 축하하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 이태양이 공을 던질 때 몸이 왼쪽으로 빨리 제쳐지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 동작이 되면 조금 더 앞으로 공을 뿌릴 수 없게 된다. 공 끝이 타자의 몸 쪽으로 더 치고 들어갈 수 있는 동작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투구 동작 후 몸이 옆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정면 타구가 오더라도 수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 된다. 10일 경기서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몸이 왼쪽으로 쏟아지는 것보다는, 정면으로 향하면서 공을 뿌릴 수 있게 밸런스를 잡아서 던지고 또 오늘 같은 커맨드와 레퍼토리를 잘 유지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SSG의 구원투수 조요한의 경우엔 생소한 투수였다. 구속은 빠른데 제구가 좋지 않아서 1군에 올라오지 못한 거로 알고 있었다. 던지는 모습을 보니 구속도 157km까지 나오면서 굉장히 임팩트가 좋고 신체조건도 탁월해 보였다. 이 선수의 관건은 결국 제구력이 될 것 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잘 던지고 점점 자신감이 붙으면 1군에서 제 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스피드도 중요하겠지만 제구에 집중하는 리듬감과 밸런스를 항상 유지했으면 한다.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은 지난해와 올해 차이가 보였다. 1,2회 내용을 보면 포심패스트볼의 볼 끝에 힘이 덜 실렸다. 체인지업은 나쁘지 않았지만 슬라이더는 옆으로 도는 모습이 나타났다. 2회까지 실점하는 과정에서 가운데로 몰린 코스의 공들이 안타가 됐다. 또한 좋은 코스로 잘 들어간 공도 맞아나가는 장면에서 볼 때 볼 끝의 움직임이나 위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반면에 백정현의 3~4회 투구에선 그런 모습이 확 바뀌었다. 평균 구속도 137km에서 139km 내외로 늘어났고 공을 때리는 순간이 훨씬 빨라지고 힘이 실리는 게 보였다. 특히 슬라이더 각도의 예리함은 3회 이후 부터가 훨씬 좋았다. 타자들 역시 백정현 상대로 헛스윙과 파울팁이 늘더라. 투구 시 그런 임팩트가 계속 나와야 포심패스트볼은 물론 슬라이더의 각도까지 살아날 수 있는데 이닝별 편차가 있었다. 경기 초반에는 그런 부분이 소홀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격리 여파로 시즌 초 준비에 차질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지난해 모습을 봤을 때 백정현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 아쉬움이 있었다. 10일 경기를 잘 복기하면서 특히 1~2회와 3~4회 자신의 투구 시 차이를 눈 여겨 봤으면 한다.
삼성의 구원투수 임대한-홍정우-이재익도 그동안 1군에서 던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자신의 공을 잘 던지는 걸 보면서 삼성 구원진의 세대교체도 잘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자신감 있게 투구를 한다면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받았다.
삼성과 SSG의 투수전으로 진행된 재밌는 경기를 봤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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