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진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자극적인 요소는 덜어내고 감정에 집중한 ‘헤어질 결심’이 베일을 벗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 탕웨이가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11번째 장편 영화이다.
자극적인 요소는 덜어내고 감정에 집중한 ‘헤어질 결심’이 베일을 벗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박찬욱 감독은 스웨덴의 추리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와 정훈희의 ‘안개’에서 영감을 받아 ‘헤어질 결심’을 완성하게 됐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16년 만에 청불(청소년관람불가) 딱지를 떼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이다. 박 감독은 “처음에 의도했던 건 등급이 무엇이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그런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니까, 어른들 이야기라고 하니까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이겠군요?라는 반응이 왔다. 그때 깨달았다.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어른들 이야기이니 만큼 감정에 집중하는 어떤 격정이라고 해야 할까, 강렬한 휘몰아치는 감정보다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면 자극적인 요소는 낮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서래, 해준은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맡았다. 두 사람은 캐릭터의 상황, 처지에 따라 휘몰아치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은밀하게 표현해간다. 탕웨이는 “교묘하게도 기묘하게도 연출해주신 것들이 맞아들어갔다. 더군다나 한국어도 못하는 사람이다. 모든 대사를 외워서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소리 없는 감정의 표현이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감독님과 박해일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구 기자
박해일은 “수사극 안에서 서래를 대하는 태도가 직업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짜 감정을 드러내면서 그녀의 의심에 대한 부분, 진심을 파악하고자 하는 부분 때문에라도 감정을 변주했다”고 전했다. 특히 탕웨이는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며 ‘서래’를 완벽 표현한다. 그는 “한국어 대사를 배우는 과정이 재밌었다. 한국어 배우기 위해 기초적인 것부터 최선을 다해서 배웠다. 연기를 하다 보니 생활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다.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다 보니 사람들이 ‘한국어 잘하겠다’면서 말을 걸어오는데 오히려 제가 기본적인 생활 한국어를 못하더라. 다음에 꼭 기회가 된다면 기본적인 생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영화에는 탕웨이, 박해일 외에도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극의 긴장감이나 환기를 담당하는 등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활약도 반가움을 안긴다. 박찬욱 감독은 “고경표는 ‘응팔’에서 봤다. 눈여겨 봐뒀는데 캐스팅 단계에서 박해일이 연기하는 해준과 다르지만 유사한 면도 있는 후배를 출연시키고 싶었다. 이 선배를 굉장히 존경하고 따르는 후배로서 아주 친하게 생각하는, 그래서 투덜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꼬기도 하고 그러지만 롤모델로 생각하는,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면이 있는데 성격은 좀 다른 면도 있고, 그런 사람을 쓰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신영 캐릭터는 박해일이 맡은 캐릭터와 모든 면에서 반대로 가고 싶었다. 키도 작고 여자고 모든지 반대이고 싶었다. 그러나 존경심이라는 면에서는 똑같은, 그런 두 인물이다. 김신영이야 뭐 ‘행님아’ 때부터 정말 팬이었다. 원래 코미디를 잘 하는 사람들은 다른 연기를 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염려도 없이 확신을 가지고 캐스팅을 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해줘서 정말 보배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화가 보기보다 꽤 가볍고 웃긴 순간들도 많다.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깨끗하고 담백한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