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준PO 분노의 3점포 비하인드 “진통제만 8알 먹었어요” [이대호 은퇴 투어]

“진통제만 8알 먹고 경기를 했습니다.”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영광스러운 은퇴 투어의 첫발을 디뎠다.

이대호는 경기 1시간 30분 전 사전에 선정된 두산, 롯데 팬 각각 50명과 팬 사인회를 진행하며 은퇴 투어 일정의 시작을 알렸다. 남녀노소,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이대호 앞에 섰고 그 역시 활짝 웃으며 사인을 이어갔다.

롯데 이대호가 은퇴 투어 시작을 두산과 함께했다. 그는 롯데, 두산 선수단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오후 6시 10분부터 본 행사가 시작됐다. KBO가 제작한 이대호의 공식 영상을 시작으로 두산이 준비한 달항아리, 기념 액자, 꽃다발 전달식이 열렸다. 달항아리는 ‘다복’을 상징한다. 두산은 특히 이천의 명물이기도 한 달항아리를 준비하면서 이대호의 좌우명인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후 이대호의 부인 신혜정 씨가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며 행사를 더욱 뜻깊게 했다.



마지막 일정은 단체 기념 사진 촬영이었다. 이대호와 롯데, 그리고 두산 선수단이 함께했고 팬들은 이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며 행사의 마지막을 빛냈다. 이대호는 “첫 은퇴 투어 행사를 준비해 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을 것 같다. 또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준 롯데 팬, 그리고 두산 팬들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축하받으며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호와 두산은 그동안 많은 일을 함께 겪은 애증의 관계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롯데와 이대호의 가을 야구 꿈을 끝낸 건 대부분 두산이었다.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세웠고 그 첫 경기가 바로 두산전이다. 두산과 수많은 에피소드를 품은 이대호는 2가지 이야기를 꺼내 과거를 회상했다. 이대호가 먼저 떠올린 건 12년 전인 2010시즌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다. 당시 롯데와 두산은 9회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1-1로 맞선 10회 초, 1사 2루 상황에서 두산은 조성환 대신 이대호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를 비웃듯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승부를 끝냈다.

이대호는 “두산과 많은 추억이 있지만 2010년 준플레이오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발목을 다친 상태였기에 테이핑을 하고 진통제 8알을 먹었다. 마지막 타석에선 고통을 참고 죽기 살기로 쳤는데 홈런이 나왔다. 덕분에 기쁘게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인터뷰 때는 어지러워서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이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위해 준비한 이천 달항아리다. 다복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이대호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2번째 추억은 2017년 6월에 있었던 ‘오재원 훈계 사건’이다. 6월 23일 경기가 끝난 후 이대호가 오재원에게 훈계하는 듯한 모습이 방송 중계 화면에 찍혔다. 당시 그는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고 ‘꼰대’라 불리기도 했다(물론 다음날 볼넷으로 출루한 오재원이 1루에 있었던 이대호를 안으며 서로 웃는 모습을 보였다.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이대호는 “몇 년 전 오재원과 사건이 있었다. 이제야 이야기를 하지만 워낙 친한 사이다. 우리가 지고 있던 상황이라서 우스운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지 두산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오재원은) 워낙 착하고 좋은 동생이다. 혹시라도 기분 상했을 두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떠나는 길이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대호는 은퇴 투어 동안 팬들에게 선물할 모자 3000개를 직접 사비로 구매했다. 두산 선수단과 팬들에게 선물한 이 모자는 앞으로 은퇴 투어를 다니는 곳마다 이대호와 함께할 예정이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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