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홈런은 진작에 넘었고 20 도루까지 성공 시키며 20-20을 달성한 네 번째 유격수가 됐다. 그야말로 최고의 한해다.
다만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 타율이 아주 높지는 않다는 점이다. 19일 현재 오지환의 타율은 0.265에 머물러 있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준급이라고 할 수도 없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0.270만 넘으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오지한은 요령을 부릴 줄 모른다. 자신이 손해가 되는 일이라도 팀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시 헌신 할 준비가 돼 있다. 그가 슈퍼 스타인 이유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러나 오지환의 타율은 결코 폄하될 수 없다. 아주 이상적인 수치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숫자 속에는 팀을 위한 헌신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오지환이 먼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겠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코칭 스태프에서 체력이나 타율 관리를 위해 빼주겠다고 해도 어지간해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오지환이다. 요령을 부릴 줄 모른다. 뼈만 부러지지 않으면 출장한다는 정신이 박혀 있는 선수다. 만약 오지환이 타율 관리를 하려 했으면 0.270 정도는 충분히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코치는 "오지환은 돌아가는 법을 모르는 선수다. 언제든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 유격수는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상대 투수에 너무 약하면 경기에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오지환에겐 그런 것이 없다. 감독님이 빼주겠다고 해도 무조건 나가서 부딪혀 보겠다고 한다. 남자로서 반할 정도의 정신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지환 정도 레벨이 되는 선수는 자신이 특별히 약한 투수가 선발인 경우는 슬쩍 부상을 핑계로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선수가 말하기 전에 감독이 먼저 챙겨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감독의 리더십을 평가할 때 바로 그런 선수의 심리를 먼저 읽어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누구에게나 나가고 싶지 않은 투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지환에게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는 일만 생각한다. 팀 내에서 오지환에 대해 칭찬 일색인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오지환의 타율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리 받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타율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강한 투수가 나온 경기도 빠지지 않고 부딪혀 싸워가며 만들어진 숫자다. 그의 타율을 결코 폄하 할 수 없는 이유다.
오지환은 모든 타자들의 로망인 3할 타율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보호받지 않은 채 자신의 기록을 쌓아 가고 있다.
좀 더 그럴듯 한 기록을 만들려 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욕 먹을 일도 아니다.
오지환은 달랐다. 정면으로 부딪혀 모든 것을 감수했다. 오지환 타율의 순도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류지현 LG 감독이 오지환을 "스타를 넘어선 진정한 슈퍼 스타"라고 칭한 것도 이런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