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숙원이 이뤄진 순간, 배영수 투수코치는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를 떠올렸다.
롯데는 21일 오후 FA 포수 대어 중 한 명인 유강남과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강민호 이적 후 5년이란 세월 동안 주전 포수가 없었던 그들에게 조금 일찍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찾아온 것이다.
좋은 포수가 팀에 합류했다는 건 부산 사직구장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는 투수조에 대단히 큰 희소식이었다. 특히 배 코치는 깜짝 놀란 뒤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배 코치는 “유강남이 오는 건가? 오후 훈련 중이라서 소식을 못 들었다”며 “구단에서 힘을 많이 써준 것 같다. 솔직히 고민이 많았는데….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유강남은 KBO리그 포수 중 투수를 가장 편하게 해주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프레이밍과 블로킹 능력은 최고 수준이며 친형처럼 다가가 투수의 마음을 달래줄 줄 아는 포수이기도 하다. 어린 투수들이 많은 롯데에 가장 잘 맞을 ‘안방마님’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바운드볼, 폭투가 많은 롯데에 유강남과 같이 안정감 있는 포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배 코치도 “기존 포수들도 잘해줬지만 그래도 유강남은 손가락 안에 드는 포수가 아닌가. 폭투나 바운드볼이라는 게 사실 포수보다는 투수들의 책임이 더 크지만 앞으로 더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또 “롯데는 그동안 젊은 투수들을 꾸준히 모아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3년간 욕도 많이 먹지 않았다. 이제 (성민규) 단장님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내년에 성적이 나오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우리도 5, 6년 한국시리즈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분명 투수 쪽은 안정될 것이다. 팀 평균자책점 1위 팀의 포수가 왔고 또 어린 투수들의 기량은 우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투수코치 입장에선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야구에는 좋은 포수는 투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포수라는 포지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문구이며 투수에 있어 좋은 포수가 왜 필요한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배 코치도 ‘영혼의 파트너’였던 진 코치를 떠올렸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삼성 왕조’를 건립했던 동반자였다.
실제로 배 코치는 2000년 삼성 입단 후 2001시즌부터 진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룸메이트로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고 이 과정에서 급성장하기도 했다. 그 결과 배 코치는 2004시즌 MVP에 선정되었으며 ‘푸른 피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배 코치는 “나도 진갑용 선배를 만나면서 커리어 내내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에는 김진욱, 이민석 등 어리고 재능 있는 투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이 유강남을 만나면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은 소식 중 가장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원석만 가득했던 롯데 마운드를 보석으로 만들고 있었던 배 코치. 그는 자신의 노력에 큰 힘을 줄 수 있는 ‘좋은 포수’가 오면서 스피드를 낼 수 있게 됐다. 2023시즌 롯데는 정말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배 코치는 분명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