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벌써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7-8로 졸전 끝에 패했다.
단 한 경기였을 뿐인데 패배라는 결과가 대단히 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객관적 전력상 엄청난 차이가 있어 승리하기 어려운 일본인데 심지어 그들을 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3연속 1라운드 ‘광탈’은 피하기 힘들다.
한국은 WBC 개막 전부터 일본보다 호주에 집중했다. 일단 전승이 유력한 일본에 패하더라도 호주만 잡아낸다면 2위로 2라운드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에 패하며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크게 떨어졌다. 벌써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굴욕과 치욕의 순간이다.
WBC는 승률, 승자승, 팀 간 최소 실점, 팀 간 최소 자책점, 팀 간 타율, 그리고 마지막 추첨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상당히 계산하기 어려운 순위 결정 방식인데 한국 입장에선 그나마 경우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에 다행인 일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본전 승리다. 체급 차이가 크며 기량 차이 역시 계산조차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열세이지만 그래도 승리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객관적 전력 평가에서 앞선 경우가 없음에도 항상 기적의 승리를 이룬 한국이다. 이번에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일본을 꺾게 되면 경우의 수는 다양해진다. 호주까지 일본을 잡아준다면 동반 2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면 한국-일본-호주의 다자간 경쟁 상황에서 팀 간 최소 실점, 팀 간 최소 자책점, 팀 간 타율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그런 만큼 최대한 적은 실점, 적은 자책점, 그리고 높은 타율을 기록해야 한다.
만약 일본전에서 패할 경우 2패를 안게 되는 한국이다. 여기서부터 경우의 수는 단순해진다. 일단 자력 진출은 불가능하다. 전승이 유력해진 일본을 제쳐두더라도 호주가 일본에 패한 후 중국, 체코에 모두 패하기를 바라야 한다. 한국이 호주와 같은 2패가 되면 승자승 원칙에서 밀린다. 호주가 한국보다 최소 1패를 더 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물론 이마저도 한국이 중국과 체코를 모두 꺾는다는 가정이 붙는다. 장담하기 힘들다.
즉 한국의 입장에선 일본전 패배가 곧 1라운드 ‘광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013년부터 이어진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국내에선 수십,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한국야구 최고의 스타들이지만 국제대회만 나가면 작아지는 과거의 치욕과 굴욕을 또 경험하기 일보 직전이다.
온갖 논란 속에도 한국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그러나 10년 동안 이어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역사를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분명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1라운드 내에서도 가장 저난도를 자랑하는 B조에서 2라운드 진출조차 할 수 없다면 강도 높은 비판과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일본전에서 이러한 상황이 결정된다는 것 역시 암울하다.
그만큼 일본전 승리가 절실한 한국이다. 패배했을 때 돌아올 화살만큼 승리했을 때 돌아올 찬사 역시 대단할 것이다. 호주전 졸전 패배는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중요한 하루가 될 3월 10일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