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딜레마에 빠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잇단 졸전이 팬심을 갈라 놓았다.
한국은 13일 중국과 예선 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에 앞서 호주와 체코의 경기도 살펴야 한다.
일단 체코가 호주에게 4점을 주며 승리를 거둬야 희망이 다시 생긴다. 호주가 이기거나 점수를 4점까지 못 낸다면 한국은 중국전과 상관없이 예선 탈락하고 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젊은 투수들은 준비 부족과 대회가 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세대교체를 한다고 했지만 절대 다수의 젊은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이 있었을 정도다. 이 정도면 문제의 심각성이 대단히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기적적으로 8강에 합류할 수도 있고 허무하게 탈락할 수도 있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됐다.
한국야구가 그래도 8강에 올라 좀 더 야구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극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게 되면 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더 나은 야구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반대로 그냥 예선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이참에 한국 야구의 문제점들을 다 도려내고 새살이 돋을 때까지 힘을 쏟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8강에 진출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수들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투수 중에서는 더 이상 활용이 불가능한 케이스가 적지 않다.
라운드가 올라갈수록 투수 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쓰던 투수들만 계속 반복해서 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과부화 조짐을 보이는 투수들이 나오고 있다. 시범 경기까지 전경기를 다 뛴 선수가 있을 정도다.
더 올라가 봐야 비참한 상황만 되풀이할 것이 뻔한 만큼 이참에 완전히 무너진 뒤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하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운명의 13일. 한국 야구는 어떤 결과물을 받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응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철저하게 외면하며 개혁을 요구할 것인가. 수준 떨어진 한국 야구가 팬들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안겨 주고 말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