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비의 기동, 김민재(27)가 지쳤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 인터뷰의 최대 화두는 김민재였다.
말그대로 ‘폭탄 발언’을 했다. “지금 조금 힘든 상황이다. 멘탈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라고 밝힌 그는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서만 신경을 쓰고싶다”는 말을 남겼다.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들리는 입장에 따라서는 대표팀 은퇴 선언으로 들릴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와 조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율이 됐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 이야기는 좀 나누고 있었다”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제 스물 일곱, A매치 경력은 이날 경기까지 49경기 채웠다. ‘은퇴’를 거론하기에는 다소 이른 나이다. 대표팀 수비 라인에서의 존재감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본인도 모를 수 있다. 우루과이전 패배의 좌절감에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지친 것은 확실해보인다. 해답은 하나다. 당분간은 그의 말대로 소속팀에만 신경쓰게 해주자.
일정상으로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A매치는 6월에나 있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이다. 잠시 대표팀에 대한 신경은 꺼놓고 있어도좋다.
그사이 소속팀은 정말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 있다. 현재 나폴리는 23승 2무 2패 승점 71점으로 리그 선두를 질주중이다. 2위 라치오와는 19점차. 리그 우승 확정이 얼마 남지않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AC밀란과 4강전을 앞두고 있다. 2관왕을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어쩌면 이 시간들은 김민재라는 축구선수의 인생에서도 가장 밝게 빛날 수 있는, 중요한 시간들이다. 당분간 대표팀은 잊고 있어도 좋다. ‘대표팀에 계속 있어도 좋을지’와 같은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있어도 괜찮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전 가진 인터뷰에서 “아주 자랑스럽다”며 김민재를 높이 평가했다. 루시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과도 오래 알아왔으며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고 밝힌 그는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가 ‘세계 최고의 센터백 그룹에 속한다’고 했다”며 김민재가 소속팀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알렸다.
현역 시절 인터 밀란, 삼프도리아 등 세리에A에서 뛰어 본 경험이 있는 그는 김민재가 “앞으로 몇 주안에 나폴리에서 직접 살지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리그 우승 이후 특별한 경험을 하게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시 전체가 우승을 기념하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게될 것이다. 김민재는 그 자리에서 한국을 대표하게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계속해서 그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증명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라는 힘든 무대에서도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정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또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며 어린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김민재의 활약이 가진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클린스만의 말처럼, 김민재는 한국 축구의 보물같은 존재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힘든 일정속에 그 보물은 빛을 잃은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보물의 빛에만 신경쓰고 그 빛을 지켜주는 것에는 소홀했을지도 모른다.
급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잠시 그가 몸과 마음을 쉬게하고 이후 소속팀에 집중하며 다시 빛을 되찾을 시간을 갖게해주자. 대표팀 은퇴 여부는 그 다음에 논의해도 좋다.
[상암= 김재호 MK스포츠 기자]